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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비친 복음 (14-3) 단테: <신곡>3 “연옥 편 (Purgatorio)”

 

 

이상범 (목사, 칼럼니스트)

 

1. 연옥으로

 

안내자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를 따라 막 지옥을 벗어난 단테의 머리 위에는 밝은 하늘이 펼쳐진다. 별들이 빛을 발하고 투명한 바람이 뺨을 만져준다. 정화의 산 연옥에 들어선 것이다.

연옥은 지옥과 달리 땅 아래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에 있다. <신곡>에서 별은 희망의 상징이고 보면, 연옥은 희망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연옥은 하나의 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낮은 곳은 연옥에 들어갈 자격이 갖추어지지 않은 자들이 기다리는 곳.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에게 말한다. “그대는 이제 연옥에 이르렀소. 보시오 저기 둘러친 성벽을./보시오 저기 벽이 열린 곳을”(949-51)

연옥은 일곱 개의 원 또는 원반들이 포개어져 정상에 가까울수록 반경이 줄어든다. 영혼들은 거기서 일곱 가지 대죄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식탐’ ‘방탕등을 정화한다.

백발에 긴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을 만난다. 연옥지기 카토. 베르길리우스의 설명을 들은 카토는 단테가 연옥을 오르도록 허락한다.

 

새벽녘, 한 척의 배가 망자의 영혼들을 싣고 온다. 죽기 전에 회개했기로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은 이들을 만나는데, 단테의 옛 친구 가젤라가 끼어있다. 지상에 가거든 자신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기도는 연옥의 산을 힘 있게 오르게 한단다.

단테가 연옥 문 앞으로 인도된다. 눈을 뜨자 부활제 월요일 아침. 거기 앉아있는 천사에게 문을 열어주기를 머리 숙여 부탁한다. 천사는 검 끝으로 단테의 얼굴에 일곱 대죄(Peccati)를 상징하는 <P> 자를 새긴다.

 

2. 영혼에서의 정화

 

연옥은 정화의 산이다. 단테는 노래한다.

나는 노래하리라 인간의 영혼이 정화되어/천국으로 올라갈 자격을 얻게 되는/이 두 번째 왕국을” (1, 4-6)

 

연옥에 들어온 두 사람은 바윗길을 올라간다. 첫째 길은 연옥 산을 둘러보는 길, 영혼들이 그 길을 걸으면서 죄를 씻는다.

 

첫째 고비에서는 교만의 죄를 씻는다. 천사가 <P> 하나를 지워준다. 그럴 때마다 몸이 가벼워진다. 둘째 고비에서는 시기’, 셋째에서는 분노’, 넷째에서는 나태‘, 다섯째에서는 탐욕‘, 여섯째에서는 식탐‘, 일곱째에서는 방탕이 지워진다. 그렇게 단테가 일곱째 고비를 통과한 것은 부활제 화요일 저녁 무렵. 천사가 시키는 대로 불타고 있는 화염을 뚫고 간다. 영혼을 정화하는 불길을.

 

33, “이 더없이 성스러운 물에서 올라왔을 때,/나는 새로 돋아난 잎사귀와 새로워진 나무로/다시 살아나고 순수해져서,/별들에게 올라갈 열망을 가다듬었다.”

불길 저편으로 나서자, 날이 저물어 둘은 바위틈에서 쉰다. 이튿날 아침, 최후의 돌계단을 올랐을 때, 베르길리우스가 말한다. 자신의 역할은 거기까지라고. 그곳은 지상의 낙원이었다.

 

연옥에 대해서

 

연옥은 지옥과 천국 사이에 있는 두 번째 왕국이다. 단테는 이 중간적 저승을 아주 역동적이고 영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연옥은 중립적인 중간지대라기보다는 미래에 선택받을 이들이 죽음의 땅으로부터 영원한 처소 천국을 향해 나아가도록 인도하는 곳이란다. 여정을 거치는 동안 정화되고 한층 깨끗해진 영혼들이 목적하는 그곳, 저 높은 곳으로 더 가까이 나아가게 된다.

 

2, 천사가 키를 잡는 배를 타고 영혼들이 시편 113편을 부른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올 때 불렀고, 중세의 망자들이 집에서 교회로, 또 묘지로 옮겨질 때 부르던 노래이기도 하다.

한 왕국에서 다음 왕국으로 한 둘레에서 다음 둘레로 나그네들은 계단을 혹은 가파른 층계들을 오르고 또 오른다.

 

나는 노래하리라 인간의 영혼이 정화되어/ 천국으로 올라갈 자격을 얻게 되는/이 두 번째 왕국을

 

정화는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악한 정욕을 징계하고 덕을 고취하는 육체적 형벌에 의해서, 둘째, 정화해야 할 죄와 그 반대인 덕에 대한 명상을 통해서, 셋째. 그 소망을 드러내는 기도로 이루어진다.

 

한 영혼이 연옥의 어떤 층으로 가는가를 정하는 원칙은 사랑이다. 모든 죄의 공통분모는 하나님과 선에 대한 사랑의 결여이다. 악을 향해 탈선한 사랑, 미지근한 사랑, 증오로 변해버린 사랑, 이것들이 진정한 죄의 본질이다.

 

<연옥의 탄생>을 쓴 자크 르 고프 에 따르면, 유럽사회가 연옥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12세기였다고 한다. 단테가 <신곡>을 쓰기 100년 전 언저리의 일. 그렇다면 <신곡>은 중세의 종말관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에서는 별을 볼 수 없지만 연옥에서는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연옥과 지상세계는 같은 하늘을 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멀지 않아서 더러 내왕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언젠가 경험했던 아주 고통스러웠던 일은 연옥에서 있었던 일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 고통은 나의 죄를 다소나마 정화시켜주는 과정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연옥과는 달리 하늘과 별을 볼 수 없다는 지옥도 그 입구는 지상에 있다는 것이 단테의 생각이고 보면, 언젠가 내가 절망하고 있었던 일은 어쩌면 지옥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의 경험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산 정장에서 지상의 낙원으로 들어가는 길머리, <연옥편>의 마지막 부문 제28곡에서 33곡은 매우 흥미롭다.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 문간에서 베르길리우스가 이제까지 길을 인도해왔던 단테에게 말한다. “이제 더 이상은 내 말이나 손짓을 기대하지 마시오./그대의 의지는 자유롭고 올바르고 건전하니/그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잘못이라오./나는 그대를 그대의 주인으로 관을 씌우겠소.”

 

눈물을 흘리며 베르길리우스가 사라진다. 곧이어 단테에게는 베아트리체가 나타난다. 순례의 마지막 단계에서 세 번째 왕국이 되는 천국에서의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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