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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안 겐서(Gillian Genser) <아담> : 고통으로 함께 신음하는 자연과 인간

 

김지인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예술신학)


길리안 겐서, <아담> 2015년. 높이35.6cm


검은 갈색의 윤기 나는 피부를 가진 남성이 있다. 재료 자체에 새겨진 선들은 마치 남성의 근육질을 섬세하게 드러내 보이는 듯하다. 몸의 각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굴은 코와 입의 형태가 명확하지 않다. 뒷모습에서는 머리 뒷부분 위쪽의 정수리 일부가 열려 안으로 뇌의 일부를 드러내 보인다. 어깨 날갯죽지 아래 부분은 없다. 가슴부분을 뚜껑처럼 열면 그 안쪽에는 상아색과 은색 재료들로 만들어진 복잡한 내장기관들이 나타난다. 전체적으로는 가슴 등의 상체부분이 크고 하반신으로 내려갈수록 더 작아지는 역삼각형의 몸매를 보여준다. 얼핏 보면 윗부분에 손잡이가 달린 단검 모양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은 길리안 겐서(Gillian Genser)라는 60세의 캐나다 조각가가 만든 <아담>이이다. 그녀는 1991년에 조각을 시작한 이래 자연에서 얻은 재료인 뼈나 산호, 말린 식물 등을 가지고 작업해 왔다. 그녀는 유대인들의 민간신앙에서 신이 만든 아담의 첫 아내로 여겨져 온 <릴리스(Lilith)>를 1998년에 완성했고, 이후 그녀의 짝인 <아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작품의 재료는 캐나다 대서양 연안에서 채취한 청홍합을 대량으로 구매해 사용했다. 그녀는 <아담>을 만들기 위해 작업실에서 하루에 12시간씩 홍합껍질을 사포나 치과용 드릴로 갈고 닦았다. 그런데 몇 달 후부터 그녀의 몸에서는 점차 이상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두통과 구토, 불면증이 나타났고 이후 환청과 류마티스, 내분비계 이상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그녀에게 혹시 유독성 재료로 작업하고 있는지 물었지만 그녀는 자연재료만을 사용해왔다고 답했다. 그 후 그녀의 증세는 점점 악화되었다. 몇 시간만 작업을 해도 거의 몸을 움직이기 힘든 상태가 되었고 작업을 하려고 연장을 손에 쥐면 경련이 일어났으며 작업하다 어지러워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그 후 그녀는 급기야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목과 복부 팔의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했다. 그녀는 생을 마감할 날이 다가온다고 여겼다.

아담을 만들기 시작한 지 15년 정도 지나서야 그녀는 중금속에 중독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는 그녀가 자연재료라고 굳게 믿고 작업해온 홍합껍질이 해안인근의 오염된 산업폐기물 속 중금속을 흡수하고 축적했으며 작가는 작업과정에서 중금속이 함유된 먼지를 호흡기로 들이마시고 피부로 접하면서 중금속에 중독되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불치병을 갖게 되었다. 왼쪽 귀의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기억력이 영구적으로 손상되어 가까운 지인들조차 잘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담을 만드는 작업을 그칠 수 없었다.
  
작가가 ‘나의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부르는 <아담>의 모습은 이러한 작가의 고통을 함께하는 듯하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코와 입은 오랫동안 중금속 성분을 들이마셔 온 그녀의 코와 어눌하게 말하게 된 입을, 매우 작게 표현된 귀는 청력을 영구 상실한 그녀의 왼쪽 귀를, 없어진 팔은 경련과 통증으로 제대로 작업하기 힘들어진 작가의 손을, 상체와 대비되게 균형 잡고 서기 힘들어 보이는 가늘고 조그만 다리는 제대로 서서 일상을 버티기에 힘들 정도로 연약해진 작가의 다리를 떠올리게 한다. 정수리 부근의 드러난 뇌의 모습도 신경쇠약과 환청과 환각, 불면증과 기억력 의 상실로 남은 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그녀의 머릿속 고통을 드러내는 것 같다.

흙으로 만들어져 흙으로 돌아갔던 첫 번째 사람인 ‘아담’을 홍합껍질이라는 천연 재료로 만들었던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언급 한다. ‘나의 몸은 지구가 경험하고 있는 독성물질의 오염에 대한 고통스러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사람들은 환경의 파괴에 대해 얘기할 때 환경에 오염되어 감소한 개체의 숫자와 종류에 대해서만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나는 오염된 환경에 갇혀 있는 수많은 피조물들의 고통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런 (피조물들의) 목소리가 들려지길 바란다. 내가 만든 <아담>을 경각심을 갖고 바라보길 바라고 자연과 (인간의) 삶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에 경외감을 갖길 바란다.’ 그녀가 제작한 <아담>의 몸에는 오염된 자연의 고통이 내재되어 있고 이러한 아담의 고통은 오롯이 작가의 고통이 되었다. 그녀가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들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 대한 순수한 동경의 마음으로 선택한 것이었겠지만, 결국 오염된 자연은 그녀에게 치명적인 고통이라는 값비싼 희생을 안겨주었다. 오백여년 전 ‘인간은 소우주’라 믿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처럼 ‘인간이 자연에 가하는 모든 행위는 곧 인간에게 하는 것과 같음’의 부정적인 측면을 그녀는 오늘도 몸소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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