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8년 성서와 문화

성서와 오페라 (3)

C.C.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

 

 

임중목 (성악가, 예술학)

 

 

1787년부터 1794년에 걸쳐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민혁명인 프랑스 대혁명이후의 프랑스 오페라는 혁명에 아첨하는 저급한 작품성과 소재의 다양화라는 두 기류가 공존한다.

인간은 다양하며 평등하다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이 시기 다수의 프랑스 작곡가들은 소재선택의 자유로움에 고무되고, 이에 성서의 서사들은 오페라의 좋은 자양분이 된다.

1877년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는 이러한 움직임의 연계에서 탄생하게 된다.

성서 속에 나오는 인물인 시대의 영웅적인 판관 삼손이 사랑하는 연인 데릴라의 배신으로 몰락하게 되는 서사는 성서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단순한 한 인물의 사건이라기보다는 구약과 신약을 관통하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 삼손이라는 사실을 알린다. 서양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국 켄터베리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의 원형에 새겨진 문장의 내용은 중세 교회의 강력한 관점인 삼손을 그리스도의 원형으로 보는 대표적 실례이다.

삼손이 그의 연인을 위해 잠들었듯, 예수의 육체가 교회를 위해 대리석에 갇혔다.”

성서를 대하는 직관은 예술의 직관적 구성과 닮아있다. 총체적 극 예술인 오페라는 사실적 소재에서도 오히려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성서의 시작은 인간의 창조와 함께한다. 아담과 하와의 창세기는 성서 속 이야기의 역사를 관통하는 남과 여’, ‘그들의 갈등역할의 분리는 세속에서 남녀의 관계를 풀어내는 전형적 이야기의 구성과 묘하게 비슷한 점이 있다.

바울이 언급했듯, 죄를 지은 인간 아담과 새로운 인간, 예수를 대비하여 신과의 분리인 죄와 죽음은 신과의 합일을 설파한 부활과 생명의 예수와 비교되며, 성서에서 얘기하는 인간의 역사, 즉 죄의 역사는 결국 남녀의 갈등에 그 뿌리를 둔다는 추론을 부른다.

삼손데릴라라는 남녀는 연인관계를 유지하다 파국을 맞이하고, 앞서 소개된 오페라 살로메의 팜므파탈적 여성상의 원형인 데릴라역시 이야기 속에서 그 악덕을 발휘한다.

치명적 아름다움에 사랑과 자유라는 허울로 삼손을 기만하고 결국 죄의 사슬에 얽어매어지는 삼손은 성서가 이야기하는 죄의 본질과 그 해답에 대한 갈증을 표현한다 하겠다.

단순한 듯한 서사 속에 숨어있는 신과 인간, 남성과 여성, 죄와 회개를 품고 있는 서사시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는 세속적 소재 이상의 극적 긴장감을 만들며 극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19세기 낭만주의 오페라의 특징적 요소들이 곳곳에서 운영되며 이루어지는 힘찬 수식과 절분음들의 효과는 음악적으로도 생상스의 표현력을 느낄 수 있는 완숙한 오페라의 전형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사사기 16장에서 언급되는 삼손데릴라의 만남은 삼손의 생애에서 가장 유명하면서 강렬한 이야기로 자리한다. 이스라엘의 단 지파 출신인 판관 삼손은 소렉 골짜기에 사는 블레셋 여자 데릴라를 사랑하게 된다. 이 당시 이스라엘은 블레셋의 압제하에 있었고 삼손은 이스라엘인으로 그들 민족의 사사로 있었던 시기이다. 타고난 힘과 능력으로 지배민족들과의 대립을 초래하고 많은 사건을 만드는 삼손이 지배민족인 데릴라와의 만남을 가진 것은 장렬하고 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삼손의 운명의 서막을 알리는 강렬한 표징인 것이다.

삼손의 탁월한 힘과 능력은 지배세력인 블레셋인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적대세력이었고 블레셋 제후들에게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인 것은 자명하였다.

블레셋 제후들은 삼손의 연인 데릴라를 매수하여 그의 힘의 원천과 약점을 알아내게 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삼손은 자신의 근원적 힘의 비밀을 데릴라에게 고백하기에 이른다.

비밀의 누설로 능력을 빼앗긴 삼손은 블레셋인들에게 사로잡혀 눈을 잃고 팔레스티나의 수도 가자로 끌려가 청동 사슬에 묶인 채 연자매를 돌리는 노예의 삶을 살게 된다.

주의 천사가 삼손의 어머니 마노아에게 금기시한 무절제한 정욕의 상징으로 이해되는 포도주를 마시고 잠든 삼손은 힘의 원천인 머리칼을 잘리게 되고, 신의 금기를 넘어서서 이성에게 느끼는 사랑이 과연 어떠한 의미인지, ‘신과의 관계에서 인간의 죄는 무슨 의미로 받아 들여져야 하는가라는 깊은 사색을 일으킨다.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의 대본을 집필한 ‘F. 르메르는 히브리인들의 영웅 삼손을 쓰러뜨리려는 적극적인 유혹의 현신, 마치 창세기의 하와를 현혹하는 뱀과 같은 모습으로 위선적이고 농염한 팜므파탈의 전형으로 데릴라를 묘사한다.

압제의 상징적 장소인 블레셋의 이방신 다곤 신전에서의 마지막 장면은, 히브리인들의 신, 진정한 신인 주께 드리는 삼손의 기도와 대비되며 모든 것을 집어삼킨 삼손의 최후가 성서가 일깨워주는, 이 오페라가 보여주려는 신과 인간, 죄와 회개의 장엄 하고 거대한 울림을 남긴다.

 

(다음회는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의 실질적 극의 구성과 내용을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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