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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 한글③ : 한글 성경이 가져온 4대 문화 개혁 

 

          민현식 (서울대 교수, 전 국립국어원장)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代贖)의 은혜로 표현된 하나님의 사랑은 성경으로 열방에 전해져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세계 6000여 언어 중에 신구약 성경을 완역한 언어가 400여개, 신약만 완역한 언어가 1100여개, 단편 성경만 번역한 언어가 800여개뿐이라 아직도 번역 성경을 갖지 못한 언어가 5000여개나 된다. 알파벳, 아랍문자, 한자, 한글 등 대표적 문자 20여개 중의 하나인 한글로 당당히 번역 성경을 갖게 됨은 한민족에게 내린 하나님의 은혜이다. 그러면 한글 성경이 우리 민족에 준 구체적 은혜와 공로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첫째, 한글 성경의 자발적 번역 전파는 한민족을 우상숭배의 야만에서 자유와 진리의 문명 세계로 안내해 궁극적으로 한민족 구원의 출애굽 역사라는 문명 개혁을 이루었다. 조선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믿고 이룬 성경 번역의 역사는 세계 선교사에서 희귀한 일로 한국 교회의 성립은 만주로 들어간 영국 선교사 로스, 매킨타이어 등과 일본을 거쳐 들어온 미국 선교사 언더우드, 아펜젤러, 헐버트, 캐나다 선교사 게일 등이, 한민족을 속박한 악마의 권세를 남북으로 협공해 한민족을 출애굽시킨 장대한 민족 구원의 드라마이다. 로스 목사가 30세에 상해에 도착 후 아내도 잃고 만주로 들어가 의주 출신 청년 이응찬, 백홍준, 서상륜 등을 전도하고 이들과 성경 번역을 시작한다. 드디어 1882년 누가복음, 요한복음 등이 번역되고 1887년 최초의 신약 성경인 <예수셩교젼셔>가 나와 전파되기 시작하였다.
1884년 12월, 뉴욕을 떠난 25세의 언더우드는 1월 동경에 도착해 동경 유학생 이수정을 만나고 갑신정변 실패로 동경에 있던 서광범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이수정이 번역한 <마가전복음서언해>를 갖고 4월 5일 부활절에 제물포로 들어온다. 언더우드는 미국 공사 알렌이 고종의 허락을 받고 세운 제중원(濟衆院)에서 의료선교를 돕고 한국 최초의 고아원을 세워 언더우드 학당, 구세학당으로 부르다가 나중에 경신학교로 발전한다. 아펜젤러의 배재학당, 스크랜튼의 이화학당, 베어드의 평양 숭실학교는 한민족을 유교의 구교육에서 탈피해 예수의 신교육으로 일깨워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발전하게 하였다.
둘째, 한글 성경의 번역 보급은 사서삼경 암기용 수준의 조선학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자각하게 하고 나라의 자주독립사상을 고취해 장차 신학문을 일으켜 한국의 학문 개혁을 가져왔다. 언더우드는 로스본 <예수셩교젼셔>에 평안 방안이 많아 대중성이 떨어지므로 중부권 표준어로 성경을 번역할 계획을 세워 1887년 2월 <성경번역자회>를 출범시킨다. 그해 9월 27일 ‘새문안교회’가 정동의 언더우드 한옥 사택에서 14명이 모여 장로 2인을 뽑고 첫 조직교회로 출발하는 역사적 자리에 로스와 언더우드가 함께해 한국 교회의 출범을 알렸고 언더우드는 아펜젤러, 게일 등 선교사들 및 조선인 조력자들과 분담해 본격적인 성경 번역에 들어간다. 드디어 1900년 신약이 완역되고 망국의 1910년엔 구약까지 완역해 1911년엔 신구약합본 출간 감사예배를 드린다. 언더우드는 한국 최초의 오선지 악보집 ‘찬양가’(1894)도 편찬해 한국 교회를 말씀과 찬양의 반석 위에 놓았다.
언더우드는 성경의 주해와 번역 과정을 통해 새문안교회에서 신학반을 운영해 평신도교육을 하고 장차 평양신학교(1901)를 세워 학문의 뿌리인 신학을 일으킨다. 주시경, 최현배로 이어지는 근대 국어학과 안국선, 이광수, 김동인 등에 의한 기독교 주도의 계몽기 근대 문학도 일어난다. 로스는 <조선어 초보>(1877)를, 언더우드는 문법서 <한영문법>(1889), <한영자전>(1890)까지 편찬해 한국어학을 발전시킨다. 헐버트는 한글의 가치를 세계에 소개해 극찬하고 최초의 순한글 지리 교과서 <사민필지>(士民必知, 1889, 1906)를 편찬하고, <대한제국흥망사>(1906)에 비운의 조선 망국사를 기록하고 아리랑 악보 채록, 한국 민속 연구로 한국학을 일으켰으니 한글 성경의 번역과 보급은 오늘의 한국학을 이루는 기초를 놓았다. 이승만은 배재에서 익힌 영어 실력이 출중해 한성감옥에서 선교사들과 한규설 총리의 배려 덕분에 도서실을 건의해 설치하고 죄수들에게 한글교육을 하고 선교사들이 반입해 준 서구 정치 외교 사상서를 원서로 읽고 자주독립, 자유무역을 주장한 최초의 한글 논설집이요 최초의 정치외교사상서인 <독립정신>(1904, 1910)을 편찬해 하버드 석사, 프린스턴대학 박사답게 국제정치학을 통달해 서구의 사회과학을 도입하였다.
언더우드가 세운 새문안 교회 집사이었던 장지영, 최현배는 스승 주시경의 뜻을 받들어 <조선어학회>를 만들고 <조선어대사전> 편찬사업을 도모해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 표준어 규정, 외래어, 로마자 표기법을 만들고 사전 원고를 압수당하는 수난의 ‘조선어학회사건’(1942)을 겪으며 해방 후 <우리말큰사전> 편찬(전6권, 1947-1957)의 대업을 이루어 한국어학을 발전시켰다. 이렇게 조선어학회원들이 국어학을 발전시켰기에 해방 후 대한민국이 국어교육을 즉시 시행해 국가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었다.
셋째, 한글 성경의 보급은 교회 중심의 문맹퇴치운동과 높은 교육열로 교육 개혁을 일으켜 한국인의 근면 성실함과 지력(知力)을 일깨워 대한민국 건설과 발전에 기여하였다. 한국교회가 주동한 3.1운동 덕분에 상해 임시정부를 세우고 해방 후 대한민국을 세워 경제발전의 산업화와 정치발전의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었다. 서상륜은 영국성서공회의 첫 권서(勸書)로 임명받아 성경 전파에 헌신하였으니 초기에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성경을 판매 보급 전파한 권서, 전도부인들 덕분에 예수 믿고 한글 성경 읽으면 믿음이 생기고 교양인이 되며 마을의 지도자가 되었다. 한글 성경 덕분에 교회가 인재를 길러 입신양명의 유교 철학과 불교의 허무 운명 철학에 갇혔던 조선의 정신문화를 개혁하고 오늘의 한국을 자유의 나라, 10대 무역대국으로 만들었다. ‘한강의 기적’은 배우기 쉬운 ‘기적의 한글’ 덕분이었고 대한민국의 성취는 교회의 문맹퇴치 한글 성경 공부와 높은 교육열 덕분이었다.
조선 말기와 일제하에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른다고 한 문맹자 비율은 80-90% 수준이었다. 1920년대 말 조선, 동아 두 신문이 문맹퇴치운동을 벌이는데 조선어 말살정책 속에서도 교회는 유일하게 한국어 예배와 찬송이 가능하여 교회는 ‘한국어 구원의 방주’ 역할을 하였다. 그래도 일제의 민족말살정책 때문에 해방 후 미군정청이 문맹 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선인 78%가 문맹자였다. 그런데 한글 의무교육이 시행되니 문맹률이 급감해 오늘날 한국은 세계 최고 대학진학률로 문맹퇴치에 성공하여 교육개혁으로 국가 발전을 이루었다.
넷째, 한글 성경은 문체 개혁을 일으켜 오늘날 한자 없는 순한글체 언어생활이 가능함을 입증하였다. 한문체, 이두체, 국한혼용체, 한글체의 네 가지가 공존하던 조선사회에서 언더우드의 한글 성경과 <그리스도인 신문>, 서재필의 <독립신문>, 헐버트의 <사민필지>는 천대받던 한글이 한글소설, 시조라는 문학의 문체로만 쓰이던 것을 언론의 논설체, 교과서의 학문 문체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고 90년대 컴퓨터 혁명으로 오늘날은 한글체가 정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글을 깨쳐서 문자 문맹은 면했지만 내용 이해와 비판까지 포함하는 고급 문해력(literacy)은 높지 않다. 이는 한자교육 폐지로 한자어를 한글로만 쓰면 이해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한글전용을 하더라도 한자 이해 능력도 갖추는 한자교육을 철저히 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국어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르네상스(Renaissance)와 함께 2R로 불리는 루터의 종교개혁(Reformation)이 독어, 영어, 불어 등의 성경 번역을 통해 평민들에게 성경을 읽게 하고 자유인으로 각성케 하는 읽기(Reading)의 혁명을 일으켜 서구 민주주의 발전을 이룬 것처럼 한국도 한글 성경의 번역과 보급은 유럽의 2R과 읽기의 혁명을 한 세기 안에 다 마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스스로 각성해 개혁 개방하지 않는 민족은 외부 충격으로 개혁당하게 되는데 한국의 근대화도 일본에 강요당한 결과이었지만 선교사들이 먼저 와서 조선에 대부흥을 일으켜 놓았기에 조선이 망하고 일제 식민지가 되었어도 성경의 복음을 통해 자유와 구원과 만민평등의 진리로 무장한 기독교인들이 민족 계몽과 구국의 독립운동을 하여 나라를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않도록 그리스도인의 자유와 책임을 각성하고 아직도 한민족 구원의 드라마를 함께하지 못한 북한 동포들과 독재에 고통받는 열방의 해방과 자유를 목표로 성경을 보급해 복음 전파의 사명을 다하여야겠다.


A. 유형


        로스본  <예수셩교젼셔>(1887)               헐버트 <사민필지>(1906)

 

 


B 유형:  다음에 네 가지 있음


좌로부터 로스본 <누가복음>(1882), 이수정의 <마가복음>(1885), 1911년 <구약성경>, 로스본 <예수셩교젼셔>(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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