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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2 지옥편 -이상범

성서와문화 2019.10.03 15:06 조회 수 : 0

문학에 비친 복음(14-2)

단테: <신곡>-2 지옥 편(Inferno)

 

이상범 (목사, 칼럼니스트)

 

인생길 반 고비에/바른 길을 잃고 나서/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두운 숲에 있었다.” <신곡><지옥 편>은 이렇게 시작한다.

 

1300, 부활절을 앞둔 성목요일 늦은 밤, 인생의 한 고비 35세가 된 단테는, 자신이 어두운 숲속에 있음을 깨닫는다. “어떻게 숲에 들어섰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으나/참된 길에서 벗어난 그 때/잠에 취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숲은 낭만의 그늘이 아니라 앞길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의 상징. 딴은 숲을 벗어나 보려 아침 햇살이 비치는 언덕 꼭대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번에는 표범과 사자와 암늑대가 길을 막아서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상징하는 것은 성욕과 권력 그리고 야심이라 했거늘.

얼마나 떨었던지 산꼭대기로 오르려는 희망마저 잃었을 때황량한 곳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단테를 막아서는 것이 아니가. “당신은 사람이오, 귀신이오?”하고 묻는 말에, “사람은 아니지만 전에는 사람이었다오.” 하고 대답하는 그는 자신을 베르길리우스라고 소개한다. 로마의 시성 베르길리우스가 친히 단테를 안내해서 지옥과 연옥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천국에 있는 성모 마리아와 베아트리체가, 인생길을 잘못 가고 있는 단테를 불쌍히 여겨, 베르길리우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도록 부탁했다는 것.

 

지옥문에 다다른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쳐다보니 이 문을 지나가려는 자는 모든 희망을 버릴 지라!”하고 새겨져 있다. 지옥이 어디던가. 숲을 벗어나자 바로 닿게 되는 그곳, 그러나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곳이 지옥인 것을. 아케론 강가. “살아있는 단테는 태울 수 없노라며 막무가내로 우기는 흰머리의 노 뱃사공을 달랜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로 강을 건너게 되는데, 단테는 무서워 정신을 잃는다.

 

지옥의 첫 번째 고리.

림보[Limbo,변방(邊方)]”는 죄를 짓지는 않았어도 생전에 세례를 받지 못한 이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란다. “나도 그들 중의 하나라는 베르길리우스의 설명을 듣는 단테는 엄청난 고통이 가슴을 파고드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참으로 훌륭한 사람들이 림보에 억류되어 있음도 알게 된다. 호메로스와 호라티우스를 비롯한 시인들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인들이 유유히 살고 있는 것이었다.

스승이 단테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힘 있는 분이 오셔서 아담, 모세, 아브라함, 다윗과 같은 구약의 지도자들을 그곳에서 데려갔노라고. 십자가로부터 잠시 음부로 내려왔다던 그분을 암시하는 것일까.

 

두 번째 고리

더 좁고 구불구불한 고리 입구, 미노스가 지키고 서 있다. 각자의 죄를 따라 걸맞은 지옥의 고리로 보내고 있단다. 거기에는 정욕의 죄를 범한 자가 검은 바람을 일으키는 도리깨질로 벌을 받고 있다. 여인들 중에 클레오파트라와 헬레네 그리고 트리스탄이 보인다. 약간은 가벼운 바람을 타고 있는 것 같은 남녀가 있어 문득 말을 걸었더니, “불행할 때 행복했던 때를 생각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오.” 하고 말하는 프란체스카와 파오로. 그들은 <아서 왕 이야기>를 읽다가 불륜관계에 떨어졌다고 했다. 불쌍히 여긴 단테는 정신을 잃을 뻔한다.

 

세 번째 고리

단테가 정신을 차린 것은 탐식(貪食)하는 무리가 머물고 있는 곳이었다. 동향사람 치아코를 만나는데, 그에게서 피렌체의 정당들의 운명에 대해서와 단테 자신이 추방될 것이란 것을 알게 된다. 또 최근에 죽은 피렌체의 명사들이 지옥 밑바닥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네 번째 고리

플루톤이 있는 이곳은 돈이나 물질에 인색했던 자들과 낭비하는 자들이 무거운 돈 자루를 굴리며 서로 저주하고 있다. 발가벗겨져서 늪에 잠긴 채 서로 두들기고 차고 물어 뜯는다.

 

늪을 건너 다섯 번째 고리로 내려간다. 디스의 입구. 사공 플레기아스가 두 사람을 태워주는데, 피렌체에서도 이름난 싸움꾼이 문책 받고 있는 것을 본다. 분노한 자들의 지옥이다. 노여움에 사로잡힌 자들이 빛 늪에서 서로를 탓하고 있다.

 

지옥도 안쪽으로 접어든 여섯 번째 고리는 무덤이 뿜어내는 불길이 이단자들을 태우고 있다. 일곱 번째 고리에서는 폭군들이 벌을 받고 있다. 소머리를 한 미노타우로스를 만나지만 그가 분노하고 있는 틈을 타서 바위틈으로 미끌어지자 폭군들이 끓는 피의 강에서 허우적거리며 괴로워하고 있지 않는가. 저만치 알렉산더 대왕의 모습도 보인다. 구불어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은 자살한 자들의 일그러진 모습이란다.

 

여덟 번째 고리는 깊은 낭떠러지 아래에 있다. 거기에는 위선자들이 겉은 금이지만 안이 납으로 되어 있는 무거운 외투를 입고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땅바닥에는 그리스도의 사형을 판결한 대제사장 가야바가 형틀에 묶여서 무거운 외투를 입은 자들에게 짓밟히고 있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그 등을 타고 계곡을 내려간다. 여기서는 사람을 꼬드긴 자들이 벌을 받고 있다. 여색에 빠진 자나 창녀들, 뇌물을 탐한 자와 사기꾼 연금술사들이 벌을 받는다. 이윽고 그리스의 모험가 오디세우스가 불타고 있는 장면을 만난다. 호메로스의 시가 노래한 영웅은 큰소리치며 사람들을 불살라 죽인 죄 값을 치르고 있다.

 

아홉 번째 고리. 배신자들의 골짜기로 내려간다. 육친이나 친구, 싸움터에서 같은 편을 배신한 자, 주군을 배신한 자들이 얼음에 채워져 있다. 이 고리를 내려가면 지옥의 밑바닥. 그리스도를 배신한 유다와 시저를 배신한 브루투스와 케시우스가 악마대왕에게 물어뜯기고 있다. 이리하여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 이른다.

 

베르길리우스가 앞서고 내가 뒤따르며 위로 올라갔다/마침내 우리는 둥글게 열린 틈을 통해/하늘의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밖으로 나와 다시 별들을 보았다

별은 지옥이 아닌 이 땅의 상징이라던가.

 

* 보티첼리는 단테의 <지옥>을 여러 겹의 나선으로 이어지는 깔때기 모양으로 그려서 독자의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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