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8년 성서와 문화

경쟁과 협동의 바로크

 

김순배 (한세대 겸임교수, 음악)

 

음악에서 소리가 크거나(forte) 작거나(piano) 또는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들을 통틀어 다이내믹스(dynamics) 라고 한다. 이 개념은 뜻밖에도 중세와 르네상스 때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반주 아카펠라가 중심이 된 교회음악의 특성 그리고 악보를 구성하는 기보법자체가 발달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대비나 변화같은 음악적 표현에 아직 눈뜨지 못했던 이유가 크다. 그러니 르네상스 말기에 이르러 이탈리아 산마르코 성당의 음악감독 가브리엘리가 시도했던 거대한 복합합창은 새로운 음향적 체험을 선사해준 전환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성부와 많은 성부, 몇 개 악기와 전체 악기가 교대로 노래하고 반주함으로써 작고 큰 소리의 대비를 인식하는 귀가 열린 것이다. 한편 르네상스 중반 이후 선풍적 유행을 몰고 온 이탈리아 노래 장르 마드리갈은 성악뿐 아니라 음악의 전반적 발전에 상당히 기여하게 된다. 마드리갈 속 가사가 점점 드라마틱한 내용이 대세를 이루고 표현이 강렬해지면서 노래나 반주 공히 세고 여린 느낌, 즉 다이내믹의 변화를 담게 됨은 자연스러웠다. 이 부분에 있어서 오페라의 출발에서 언급했던 작곡가 몬테베르디의 공헌은 지대하다. 그가 만든 여덟 권의 작품집에 실린 다양한 감정을 묘사하는 마드리갈을 통해 음악적 어법의 지경은 훌쩍 넓어졌다. 나아가 단순히 노래를 뒷받침하던 기악반주의 시작 부분 전주는 물론 사이사이 간주의 비중이 커짐으로써 독립적 기악음악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더욱 풍부해졌다. 몬테베르디가 성악적, 기악적 표현의 범위를 확장해 놓은 일은 그대로 그의 오페라에 반영되어 초기 바로크 오페라의 정립에 든든한 모델이 되어준 바 있다.

 

표현의 다양함이 불러온 음악 내용의 변화는 이윽고 대비대조의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콘체르타토(concertato)’ 양식이 바로크 초기 새롭게 부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음악용어로서는 매우 희귀하게 콘체르타토에는 경쟁하다협동하다라는 뜻이 동시에 들어있다. 오늘날 협주곡으로 번역되는 콘체르토(concerto)도 이 단어로부터 비롯되었다. 한 성부와 여러 성부, 높은 음역과 낮은 음역, 성악과 기악, 전체와 부분, 그리고 크거나 작게, 이 모두가 대비와 통합의 논리 속에서 작동하기 시작한다. 중세와 르네상스의 교권 지배에서 벗어나 인문주의로의 탐색을 지향하는 원심력과 아직도 굳건하게 유효한 기존의 질서가 견인하는 구심력은 바로크 시대 전체를 관류하는 이원적 시대 정신이다. 상호 모순을 특징으로 하는 규칙과 자유 그리고 경쟁과 협동의 개념은 이후 서양음악의 구축에 있어 기본적 원리로 자리매김한다. 느린 악장과 빠른 악장, 즉흥적인 부분과 엄격하게 설계된 부분, 1주제와 제 2주제의 대조 등과 같은 주요 음악적 장치들은 바로크의 콘체르타토 원리에 기반을 두며 발전해왔다. 이 원리가 베토벤을 거쳐 19세기 음악으로 넘어오면 정(), () ()의 변증법과 합류하며 단단한 음악적 사고의 프레임으로 완결된다. 어떻든 바로크 시대인 17세기와 18세기 전반에 유독 수많은 음악 장르가 새롭게 출현하거나 생성되는 것을 보면 본격적인 서양음악의 출발은 바로크의 개막과 함께라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오페라는 명백히 바로크와 함께 출발하지만 칸타타(cantata)나 오라토리오(oratorio)같은 유사 장르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다. 오늘날 칸타타는 통상 종교적인 주제를 담은 교성곡(交聲曲)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출발은 그렇지 않았다. 칸타타의 어원은 ‘cantare’, 노래하다라는 단순한 뜻이다. 초기의 칸타타는 서정적이거나 극적인 이야기를 담은 성악곡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종교적인 내용이 담기기도 하였다. 오페라에서처럼 레시타티브나 아리아가 나오고 거기에 기악 반주나 간주가 삽입되기도 하고 성악 솔로나 듀엣이 교대로 나온다. 오페라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전체 곡의 길이가 훨씬 짧고 공연이 아닌 연주의 형태를 갖는다는 것이다. 즉 오페라에 있는 배역, 분장, 무대장치, 액션 등이 칸타타에는 없고 극장이 아닌 작은 실내에서 행사용 음악으로 연주되는 적이 많았다. 시작은 일반 장르였지만 바로크 후기인 18세기 전반 요한 세바스찬 바흐가 라이프치히의 교회들을 위해 매주 예배를 위한 칸타타를 집중 작곡하고 오늘날까지 그들이 사랑받는 까닭에 칸타타는 교회적 이미지로 굳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반면 오라토리오는 오페라의 종교적 카운터파트로 시작했다. 어원은 오라토리(oratory)’ 기도실의 뜻을 가졌고 그곳에서 기도나 성서의 내용을 극화해서 부르던 형태가 발전했다고 여겨진다. 스토리와 인물설정이 있는 대본, 사건의 전개 및 그것에 대한 인물들의 심경묘사 등 본질적으로 오페라와 같은 컨텐츠를 가지며 길이도 오페라에 준하지만 오라토리오 역시 무대에서 액션과 함께 공연되기보다는 연주 형식으로 펼쳐지는 일이 많았다. 주로 성인들의 행적, 성서적 교훈 들이 주 소재가 되는데 영국에서 활동하던 독일 작곡가 헨델이 만든 메시아덕분에 오라토리오는 뚜렷이 각인된 장르로 남았다. 이 모든 극적인 형태의 음악은 모두 콘체르타토의 원리에 의거했다고 볼 수 있고 이 경쟁과 협동의 방식은 독립된 기악음악에 이르러 보다 확실하게 적용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 광주 무각사를 보는 감회 - 최종태 성서와문화 2019.10.03 0
95 단테 <신곡>3 연옥편 - 이상범 성서와문화 2019.10.03 0
94 가슴에 새겨진 태극무늬 - 임인진 성서와문화 2019.10.03 0
93 길리안 겐서 <아담> : 고통으로 함께 신음하는 자연과 인간 - 김지인 성서와문화 2019.10.03 0
92 배민수의 하나님 나라를 지향한 기독교 농촌운동 - 박종현 성서와문화 2019.10.03 0
91 원심력 vs. 구심력 - 김순배 성서와문화 2019.10.03 0
90 선한 사마리아 사람 비유와 왕양명 - 김학철 성서와문화 2019.10.03 0
89 C.C.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 - 임중목 성서와문화 2019.10.03 1
88 구원의 사상 - 장기홍 성서와문화 2019.10.03 0
87 장욱진 화백의 먹그림과 그에 얽힘 이야기 - 김효숙 성서와문화 2019.10.03 0
86 새로운 시대의 성경과 우리말 문체 - 전무용 성서와문화 2019.10.03 0
85 한글 성경이 가져온 4대 문화 개혁 - 민현식 성서와문화 2019.10.03 0
84 한글을 입은 성서 - 유경민 성서와문화 2019.10.03 0
83 일제강점기 때 우리말 성경의 번역과 출판 - 민영진 성서와문화 2019.10.03 0
82 종교 언어와 시의 형상화 - 고진하 성서와문화 2019.10.03 1
81 77호 드리는 글 - 이계준 성서와문화 2019.10.03 0
80 단테 신곡-2 지옥편 -이상범 성서와문화 2019.10.03 0
» 경쟁과 협동의 바로크 - 김순배 성서와문화 2019.10.03 0
78 서재필의 근대화 구국운동 - 박종현 성서와문화 2019.10.03 1
77 하느님 생각 - 장기홍 성서와문화 2019.10.0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