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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모란디 - 박한진

성서와문화 2018.12.29 16:53 조회 수 : 3

조르조 모란디 (Giorgio Morandi)

                                                               박한진 (화가)

2015년 5월 덕수궁에서 모란디의 전시회가 열렸다. 그의 그림을 한 장소에서 이렇게 많이 보기는 처음이었다. 너무 좋았다. 그의 소박함과 단순함이 아름다웠다.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 1890~1964)는 이탈리아의 화가이다. 1890년 볼로냐(Bologna)에서 태어난 모란디는 볼로냐 혼다짜(Fondazza) 거리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50년간 살면서 그림을 그렸다. 모란디의 침실 겸 작업실은 9평방미터의 작은 공간으로, 왼쪽에 창문이 달려 있었고, 창문 너머로는 올리브나무가 있는 작은 정원이 보였다고 한다. 모란디는 이 작업실 겸 방에서 그의 생애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그를 둘러싼 수수한 세계를 전혀 지루해하지 않고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가장 단순하고도 창의적인 걸작을 만들어냈다.

그림  모란디의 방/작업실(casa morandi 제공)

그는 볼로냐 미술아카데미에서 그림공부를 했다. 후기 인상파인 세잔느와 미래파와 형이상학파 등의 영향을 받았다. 카를로 카라(Carlo Carra)에게서는 힘의 연속성과 운동을, 키리코(Giorgio de Chirico)에게서는 주제의 형식적 변용을 모색했다. (그림 3 참조) 

그림  조르조 모란디, 정물(1918), Pinacoteca di Brera 소장

 

모란디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특유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모란디는 면밀한 화면구성과 세심한 붓질을 활용해 그만의 조형적 통일을 이루기 시작했다. 모란디는 자신의 회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항상 그의 주위에 있는 소소한 사물에 정직하게 집중했다. 그의 침실 겸 작업실의 바닥 위에, 테이블 위에, 선반 위에는 어느 곳에나 병, 주전자, 온갖 모양과 여러 크기의 용기 그리고 먼지까지 늘 그와 함께 있었다.
 
2015년 덕수궁에서 열린 전시 외에도, 같은 해 밀라노의 브레라 회화관(Pinacoteca di Brera)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모란디의 작품을 만나고 반가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인상 깊었던 모란디의 정물화와 풍경화의 모양새를 되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1) 화면을 위 아래로 구분하고 용기를 가운데 뭉쳐 배치했다.
병이 모였다. 옹기종기.

그림  조르조 모란디, 정물(1918), Museo Morandi 소장


2) 담이 보이는 집, 외부와의 단절과 녹음, 흐린 하늘

그림  조르조 모란디, 풍경-Casa Rosa(1925), Pinacoteca di Brera 소장

3) 흩어짐, 단조로운 색, 흰색과 적갈색(burnt sienna)과 황토색(yellow ochre), 세워진 접시, 쓰러진 병

그림  조르조 모란디, 정물(1919), Pinacoteca di Brera 소장


그의 정물은 우리 주변의 모습, 그리고 결국 우리의 모습이다. 내면을 응시한다. 형태의 배치와 연속성과 지속성을 추구한다.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이 조화롭다.

존 버거(John Berger)는 모란디를 이해하기 위해 이탈리아 기후와 햇빛을 빼놓을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란디는 로마적이지 않고 더구나 르네상스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이탈리아의 기후와 햇빛의 변함없는 명징성이 그를 그렇게 키웠다. 관습적인 에너지와 이탈리아 사람들의 기질 때문이다.” (John Berger, “Morandi the metaphysician of Bologna” 중에서)

  버거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여전히 모란디의 그림은 모란디만 그려낼 수 있는 특별한 그 무엇이라 생각한다. 모란디의 햇빛이 담긴 정물화는 한없이 따뜻하다. 그의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냥 이런 것이 인생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모란디는 그만의 빛을 찾아냈다. 어두움 속에서 새로운 빛을 찾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1964년 조르조 모란디는 폐암으로 볼로냐 묘지에 잠들었다. 평생을 함께한 누이동생 안나(Anna), 디나(Dina), 마리아 테레사(Maria-Teresa)와 함께.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볼로냐에 가서 그의 소박한 집과 그의 조용한 무덤을 거닐며 그가 찾아낸 햇살 속에 잠들어 있을 모란디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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