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8년 성서와 문화

삶의 수레바퀴 음식남녀

 

이문균 (한남대 명예교수, 신학)

 

1994년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라는 영화에는 푸짐한 음식이 차려진 식탁이 자주 등장한다. 영화 제목 <음식남녀>는 예기(禮記)에 나오는 글귀, 즉 음식과 남녀에 인간의 커다란 욕망이 있다는 대목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사실 음식남녀관계는 삶의 기본 조건이다.

남녀 간의 성적 관계가 쾌락과 출산 모두를 가능하게 하듯이 음식을 먹는 행위도 쾌락을 주는 동시에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 우리 인생의 수레바퀴는 대부분 음식과 남녀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사실을 김현진은 이렇게 표현하였다.

 

삶의 수레바퀴는 음식남녀라는 두 가지 축을 따라 미래로 이어진다. 음식남녀가 어떤 형태로 가느냐에 따라 인생은 평온한 들을 지나는 목가적인 수레가 되기도 하고, 주검 위를 튕기듯이 달리는 전차(戰車)가 되기도 할 것이다.” 김현진, 신들의 향연, 인간의 만찬, (서울: 난달, 2015), 37.

 

우리가 어떤 것을 먹느냐, 어떻게 먹느냐, 누구와 먹느냐, 먹고 나서 무엇을 하느냐, 그리고 남녀 간의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모습이 결정된다. 음식남녀 이야기는 성경에도 가득하고, 소설과 영화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우선 성경에 나오는 음식남녀의 이야기를 보자.

 

 

. 에덴의 음식남녀

 

오래 전에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를 TV로 보았다.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게 된 주인공 귀도에게 식당 주인인 삼촌이 말한다.

 

손님에게 서빙을 한다고 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서 서빙하신 분은 하나님이 처음이었다.”

 

<먹이시는 하나님>

 

성경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음식을 서빙하는 분으로 등장한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에 풍성한 식탁을 마련해 놓고 아담과 하와를 초대하셨다. 하나님은 인간이 자유롭게 먹고 마시며 사는 것을 기뻐하신다.

출애굽기에도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먹이는 분으로 등장한다. 광야에서 먹을 것이 없다고 불평하자 하나님은 만나와 메추라기로 먹여주셨다. 시편 23편에서 하나님은 푸른 풀밭으로 데리고 다니시며 양떼를 먹이는 목자처럼 우리를 먹이시는 분으로 소개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잔치 상을 차려 주시고 귀한 손님으로 맞아주시는 분이라고 고백한다.

그런데 하나님은 인간이 먹어도 되는 것과 먹으면 안 되는 것을 분별하기를 요구하신다. 처음 사람 아담과 하와는 어떻게 하였나? 그들은 먹어도 되는 것과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을 분별하지 못했다. 하나님의 선의를 의심함으로 하나님과의 밥상 교제를 깨뜨렸다. 그들은 먹으면 안 된다는 하나님의 금지 명령에 불만을 가졌다. 그들은 하나님과 같이 되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죄는 하나님에 대한 반역인 동시에 자기됨의 파괴다. 에덴의 음식남녀 이야기는 먹이시는 하나님을 불신하자 삶의 수레바퀴가 곤두박질치는 것을 보여준다. 사랑했던 남자와 여자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사이가 틀어져 지배하고 지배받는 관계가 되었다. 성경 요한계시록에 보면 구원은 하나님이 베푸시는 어린 양의 혼인 잔치에 참석하여 하나님과의 밥상 교제가 회복되는 것으로 이미지화 되고 있다.

 

<에덴의 동쪽>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후에도 음식남녀라고 하는 삶의 수레바퀴는 굴러간다. 김현진은 이렇게 말한다.

 

에덴의 동쪽에서는 음식과 남녀의 문제가 삶의 모든 순간을 직조하는 씨줄과 날줄이다. 이 둘이 교차하는 모든 지점에서 생명과 사랑, 죽음과 갈등 등의 휴먼 다큐멘터리가 전개된다.”

 

지금 일부 나라는 인류 역사상 최고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음식남녀에 대한 욕구가 무한대까지 보장되어야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사람들은 음식과 남녀관계에서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맛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진실은 무엇인가? 음식과 남녀의 욕구는 서로 도우며 상승할 때에야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 현대인은 음식 맛을 결정하는 사랑과 정성, 숙성을 기다리지 못한다. 그래서 간편하고 자극적인 조미료로 맛을 강화하려 한다. 남녀의 육체적인 쾌락도 음식에 요구되는 정성과 기다림처럼, 사랑과 인내라는 요소가 부가되어야 만족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숙성의 과정을 기다릴 수 없는 현대인들은 인위적인 자극과 사랑이 빠진 표피적 쾌락을 추구한다. 인스턴트식품과 인스턴트 사랑이 현대인의 입맛과 남녀관계를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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