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8년 성서와 문화

4차 산업혁명과 교육

 

오인탁 (연세대 명예교수, 교육학)

 

오늘날 우리는 기계학습, 생물공학, 인공지능(AI), 특이점(Singularity) 같은 말들로 익숙해진 세계를 살고 있다. 이 세계는 바야흐로 광속으로 진행 중이며, 총칭하여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대로 1차에서 3차 산업혁명까지는 전체적으로 수력, 전기력, 전자기력과 이를 이용한 다양한 범용기술들이 산업계 전반에 가져온 생산의 기계화, 대량화, 자율화 같은 변화를 공통적 특성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로 도시집중, 경영, 표준, 소외, 사물화, 노동, 인권 같은 현상이 일어났으며, 이러한 현상들이 산업계와 경제학의 새로운 인식과 관심으로 대두되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청년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배우려고 하는 경영(administration)만 하더라도 1, 2차 산업혁명의 시기에는 아직 없었던 개념이다.

 

그런데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그 성격과 기능이 3차 산업혁명을 구조적으로 초월하고 있다. 3차 산업혁명이 산업계 안에서만 일어난 반면에, 4차 산업혁명은 산업계를 포함하여 정치, 종교, 학문, 교육, 예술, 등 모든 문화 현상 전반에서 일어나면서, 사회생활 전체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이로써 생활의 형태와 색깔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하여 켬퓨터화 된 사회 자체가 교육의 집이 되었다. 한마디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술공학적 혁명은 사회의 전체적(holistic) 디지털화(Digitalisierung), 우리 인류의 현재의 생활, 노동, 관계 등 모든 것을 송두리째 근본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 규모, 범위, 복잡한 현상, 그리고 변형의 크기가 인류가 지금까지 혁명이라는 말 아래서 겪어온 그 어떤 사태보다도 더 심대하다. 앞으로 이 디지털혁명이 우리를 어디로 어떻게 끌고 갈지 전혀 가늠할 수가 없다. 다만 사람들은 이러저러한 상상만 펼치고 있을 뿐이다. 그 가운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산업, 정치와 경제, 교육과 종교에서 이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국가가 세계를 선도할 것이란 사실이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의 기독교교육적 의미를 다루어 보자. 4차 산업혁명은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할 대상이다. 지금까지 세계는 언어로 탐구되어왔다. 그리하여 학자들은 언어에 의하여 포착되고 묘사된 세계와 그렇지 않은, 창조된 상태 그대로의 세계를 구분하여 인식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현대의 디지털테크노미디어 시대에 사람들은 디지털이라는 공동·공통의 언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세계를 이 디지털 언어로 묘사하고 있다. 세계의 디지털화는 현대의 바벨탑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1:31)를 보면, 하나님이 창조세계 전체를 보시고, 심히 좋다, 대단히 좋다, 매우 좋다고 표현하셨다. 그런데 인간의 개인적 창조세계 경험은 이와 맞지 않는다. 내가 어린이에게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가 모두 너무나 좋다고 강조하면, 그들이 어떻게 말할까? 하나님의 창조세계와 인간에 의하여 재구성된 세계는 구별하여 말할 수 있는 세계인가? 아니면 모두 포함하여 하나님의 창조세계인가? 세계의 디지털화는 인간에 의한 주관적 세계재구성을 그 절정에 있어서 가능하게 한 것이다.

 

하나님을 항상 창조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은 그의 창조자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 거듭남, 새로운 창조, 완성, 성취, 그리고 구원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 사람이다. 세계의 디지털화를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대응의 대상으로 보고 바른 대응을 위하여 헌신하는 사람이다. 그는 주어진 현실을 직시하면서 일어서서 돌파하기를 시도하며, 현실감각과 신앙심의 균형을 모색하는 사람이다.

 

오늘날 교육은 기술과 지식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에겐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려라(1:28)라는 말씀에 의하여 세계는 일차적으로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요, 그리곤 기술적 적용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인간이 사물화(Verdinglichung)로 경도되어간 것이며, 그리하여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인간이 갖고 있는 과제로부터 소외된(entfremdet)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로 자연의 일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기술과 지식의 발전과 이에 따른 자연의 분석과 재구성 능력의 확대로 인간이 자연의 부분임을 망각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에서 망각은 그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오늘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스마트폰과 노트북 같은 기기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 기기들은 세계와 나 사이를 연결하고 소통하는 절대적 매개가 되어서 가상공간의 시대에 세계인식의 통로 자체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접촉(touch)함으로써 너를, 사물을, 세계를 인식한다. 그리고 인식한 대로 나를 형성해 간다. 나는 대상을 접촉함으로, 이해하고, 이해한 만큼 그렇게 나를 변형시킴으로, 나 자신을 접촉하는 것이다. 이를 직시하면서 우리는 자연의 일부분으로 창조세계 안에서 상호의존관계에 있음을 새롭게 의식하고, 하나님 앞에서 창조질서에 대한 책임의식을 포괄적으로 새롭게 가져야 하겠다. 보다 더 복음적인 지식과 정보로 세계를 디지털화해 나가야 하겠다. 동시에 청소년들과 접촉하면서 소통하며 관계 맺는 디지털능력을 키워야 하겠다.

 

인간의 파괴적 본능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동산을 경작하며 지키는”(2:15) 과제는 계속하여 주어져 있다. 이러한 과제는 개개인의 사적인 과제로 축소, 이해되어선 안 되고, 인류 전체가 이 창조세계에서 수행하여야 할 과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만약에 인류가 이 과제를 망각하고 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은 인류를 척도 없는 자아파괴적 추동에 맡겨버리실 지도 모른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호흡하며 살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배를 타고 항해하면서 그들과 접촉하고, 그들을 경청하고, 하나님이 주신 성장질서에 따라 그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며, 보다 더 전체적으로 밀도있게 그들을 적절히 자극하면서, 가상공간의 시대에 교육적 사명을 감당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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