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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를 여는 누오베 무지케(Nuove Musiche)

김순배 (한세대 겸임교수, 음악)

 

우연의 일치라기에는 사뭇 공교롭게 음악사에는 300년을 주기로 큰 변화의 시점이 찾아온다. 그 첫 번째는 1300년경의 아르스 노바(Ars Nova)’ 새로운 예술이다. 서기 600년 즈음 출발하여 공식 음악사의 맥을 꿋꿋하게 이어온 교회 주도의 음악이 교황권의 쇠퇴와 함께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때까지 음악의 주류는 교회에서 사용하는 미사 혹은 모테트였다. 아르스 노바가 성립하게 되는 이유는 그러나 교회 음악이 흔들렸다기보다 세속음악이 활발하게 만들어져 그 존재감이 커졌다는 편이 더 정확하다. 14세기 들어서면서 세속 음악의 기록과 자료가 늘어나는데 종류와 장르가 다양해지고 작곡양식은 두드러지게 자유롭고 유연해진다. 14세기를 기준으로 기보법도 상당한 체계를 잡기 시작한다. 특히 리듬의 사용에 있어서 지금까지는 3박자 형태(다분히 기독교적 사고가 반영된)가 지배적이었던데 반해 두 박자, 네 박자가 흔히 나타난다. 세속의 영주와 귀족들의 음악 소비가 활발해짐에 따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음악의 수요도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교회음악은 강력한 관성을 유지하며 음악사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아르스 노바란 막강한 교회권력에 세속 음악의 내재적 원심력이 도전의 몸부림을 시작하는 현상을 가리킨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두 번 째 전환점은 그로부터 300년 쯤 후인 1600년에 나타난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이론가인 카치니(Caccini)1602년에 나온 자신의 노래 모음집의 이름을 누오베 무지케(Nuove Musiche: 새로운 음악)라 붙인다. 무엇이 새롭다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은 예전의 음악과는 어떻게 다른가? 누오베 무지케가 등장하기 직전 성행했던 음악은 베니스 성 마르코 성당의 다성부 합창스타일이었다. 이는 다성음악의 기법이 무르익어가는 르네상스 끝자락의 찬란한 성취였다. 많게는 64성부에 이르는 각 파트가 교대하고 교차하며 협동하는 웅장한 다성합창은 교회음악에 있어서 절대적 모델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르네상스 이후 개화 및 각성을 거듭해온 인본주의 정신은 인간을 담아낼 새로운 음악 양식을 필요로 했다. 겹겹의 성부로 부르는 다성합창은 사실상 가사의 전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음악 자체의 압도적인 짜임새와 규모만으로도 자족할 수 있는 형태이다. 더구나 가사의 내용은 의식 수행을 위한 종교적인 것이며 감정 표현의 뉘앙스 같은 것을 담을 수도 없었다. 다성합창 스타일은 인간이 세계의 주체와 중심이 되는 시대적 기운과 딱히 일치하지 않는다. 르네상스를 지나온 작곡가를 포함한 인문, 예술인들은 새로운 방식의 표현법을 갈망했고 르네상스 초기가 그러했듯 예술의 원형을 기원전 그리스로부터 찾아낸다. 아폴로 신에게 제사할 때 쓰였던 단일악기 반주의 독창곡을 새 정신을 담는 모델로 삼은 것이다. 이 경우 음악의 우선적 목적은 가사를 전달하는 일이다. 선율의 높낮이나 굴곡은 가사의 내용을 반영하여 만들어진다. 반주는 노래를 방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으로 따라붙는다. 이것이 모노디(monody)이며 바로크 음악의 출발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존재했던 다성 양식이 일거에 사라진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의 전환점에서나 그러했듯 옛 양식과 새로운 양식은 일정 시간 공존한다. 음악이 우선이 되는 잘 짜여지고 질서정연한 대위법적 구조의 다성음악과 자유롭게 흘러가며 가사의 표현을 위해 불협화음과 같은 요소도 얼마든지 허용하는 모노디 양식은 상당기간 함께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바로크 이후에도 이 상반되는 두 경향은 서양음악을 구축하는 양대 원리가 된다. 교회가 지배하던 중세음악을 거쳐 인간 정신이 서서히 깨어나는 르네상스를 지나 바로크에 이르자 서양음악에 잠복해 있던 정()과 반()의 원리가 뚜렷하게 윤곽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 어느 시대보다도 바로크는 이원적 사고가 서로 부딪칠 뿐 아니라 상호 보완하며 협동하는 모양새를 첨예하게 보여준다. 바로크에 등장한 음악 장르의 명칭에서도 이는 뚜렷하다. 토카타와 후가. 프렐류드와 푸가 등 짝을 이루는 제목은 이같은 이원성을 함의하고 있다. 토카타는 건반을 만지다(toccare)라는 뜻으로 건반 위를 종횡무진 누비며 즉흥연주 풍으로 연주하는 방식인데 바로 뒤이어 나오는 치밀한 법칙에 의해 전개되는 절제된 양식의 후가와 결합하여 바로크 특유의 이원적 스타일을 조성한다. 프렐류드도 즉흥성을 띤 자유로운 곡으로 규정지어지는데 흔히 푸가와 세트를 이룬다. 판타지라는 제목도 일정한 법칙 없이 흐르는 성격을 담은 곡으로 다음 시대까지 명맥을 이어간다.

 

교회음악과 세속음악, 자유와 절제, 즉흥과 규율, 바로크의 음악은 이전의 역사에서 배태되고 자라온 의식, 무의식을 모두 반영하는 듯하다. 대조되는 것들의 길항 작용 혹은 구심력과 원심력 사이의 긴장이 빚어내는 음악이라고나 할까. 재미있는 것은 시간이 흐르며 교회음악은 세속음악의 경향과 기법을 벤치마킹하며 세속음악 역시 구조와 구축 방식이 뚜렷한 교회 음악의 프레임으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만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상호 모순 속 협동작업이 그 어느 시대보다 활발했던 때가 바로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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