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8년 성서와 문화

중국과 기독교 (10)

 

천주교 박해 II: 역국대옥

 

안경덕 (몽골 선교사, 경영학)

 

1665518일 북경에서 기독교인 한인관원 5명을 참수하였는데 이는 중국에서 기독교가 전파된 이래 최초로 공권력이 기독교인이 처형한 사건이다. 예수회 선교사 아담 샬(1592-1666, 湯若望)이 역법을 새로 찬수하였고, 또 순치 황제의 아들 영친왕(1657-58)의 장례시각 선택에 잘못을 저지를 때 기독교인 역관들이 동조, 방조하였다는 죄목이었다. 근저에는 중국의 보수 세력이 드디어 청나라에 들어와 기독교 배척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였다는 승리감이 짙게 깔려있었는데, 온 중국을 뒤흔들고 서방세계도 놀라게 한 이 사건이 바로 양광선(楊光先, 1597-1669)이 앞장서서 선교사들을 배척하고 중국의 기독교인들을 압박한 교안, 이른 바 역옥(曆獄)의 절정이었다.

청나라 초 흠천감정 양광선이 주도한 역국대옥은 중국의 17-18세기 정치문화는 물론 기독교 선교역사에 큰 영향을 준 사건으로, 명말의 소극적 거부반응에서 1664년에는 천문역법이라는 문제와 결부시킨 구체적인 반응으로 확대되었고, 이어서 강희제는 1706년 선교활동을 제한하고, 1724년에는 전례논쟁의 결과로 금교령을 발동하였다.

청나라에서 1645-1826년 사이에 예수회 신부들은 천문역법을 관장하는 흠천감의 감정 자리를 장악하고 있었다. 중국 최초의 외국인 흠천감정인 아담 샬은서양신법역서를 발간하고 1645년부터는 새 역법인 '시헌력'을 도입하는 등 20년간 순치제와 강희제에 걸쳐 조정에 봉사하는 가운데 1657년부터 토종역관들의 공격을 받게 되었고, 아울러 신유학자들과 이념,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되었다.

양광선은파사집을 인용하면서 '영친왕 장례기일의 오류' 같은 사건을 날조하였다. 즉 장례시각 결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고변으로 옥사를 일으켰고 여기에 흠천감의 예수회 신부들을 연루시켰던 것이다. 양광선은 16605, 12, 1661년부터 3-4년 사이에 여러 차례 올린 기독교인 역관들의 비리를 고하는 상소(부득이참조)는 무위에 그쳤으나, 16647월 어린 나이에 강희제가 등극하자 보정대신들의 도움으로, 정통적인 중국의 역법을 서양의 역법으로 사사로이 바꾸고, 불궤[반역]를 범하였다는 어마어마한 죄목으로 옥사를 일으켰다.

8개월 뒤인 16653, 아담 샬을 포함한 흠천감 관원 8명에게 사형이 선고되어 한인관원 5명은 즉시 참수되었으나, 예수회 선교사들이 처형되기 직전 북경에 대지진이 일어난 것을 기화로 보정대신들의 견제세력인 황태후가 사건에 개입하여 아담 샬 등은 형의 집행을 면제받고 석방되었다. 하지만 선교활동은 금지되었고, 중국 각지에서 북경으로 압송되었던 다른 선교사들은, 아담 샬 등 역법에 종사자들 4명을 제외하고, 마카오로 추방되었으니, 중국의 보수 세력은 드디어 기독교 배척이라는 기본적인 목적을 달성한 셈이었다.

이를 기회로 흠천감정이 된 양광선이 16688월 회회력으로의 회귀를 제안하자 강희제는 166811월에 유시를 내려 회회역법과 서양역법을 공개적으로 비교검증하게 하였는데, 검증 결과 16693월 서양역법의 채택을 주장하는 베르비스트가 흠천감 감부로 다시 제수되었고, 같은 해 8월에는 역옥으로 처형이나 처벌을 받았던 자들은 모두 복권되고, 양광선 등은 무고죄 등으로 참형을 선고받았으나 고령으로 사면되어 귀향길에 올라 73세로 객사하였다.

양광선의 기독교에 대한 인식을 정리하여 보면, 첫째로 기독교가 사직의 안위에 위협이 된다고 보았다. 그 증거로서, 선교사들이 유학의 절대성을 부인하였고, 도처에 요새[교회당]를 세우고 중국의 선비들과 소인들을 미혹하여 사악한 목적에 쓰려고 포진시켰으며, 그 본거지는 마카오이며, 서양인들이 역법을 찬수한다는 구실로 궁궐 안에 몸을 숨기고 조정의 기밀을 염탐하고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둘째로,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과 유가학설의 윤리를 토대로 기독교는 황당하고 비열한 종교라는 주장을 폈다. , 천지만물은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음양 두 기운이 엉켜서 이루어진 것이며, 천주란 존재는 없다. 원죄성육신대속은 이해 불가한 것이고, 특별히 반역자 예수가 '세상을 구했다고 하는 공적'을 중국 역사상의 대성인들의 공적과 비교한 것은 더욱 황당하다. 기독교는 중국에서 강조하는 인륜대도에 어긋난다. 즉 예수와 제자들은 반역을 꾀하였고, 허황된 동정녀 탄생을 주장하고, 조상숭배를 금지하는데 이 모두는 유가의 기본인 인륜대도에 배치된다. 이러한 사교를 방치한다면 백성을 임금도 아비도 없는 경지로 이끌어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선교사들이 유가의 개념을 빌려 기독교를 설명하고 해석하는 짓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 등이었다. 양광선은 명말의 중국 사대부들이 유가에 적응한다는 리치의 올가미에 잘못 걸려들었다고 보았다. 보유역불이 유가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가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망가뜨린다고 보았다. 요컨대, 양광선은 기독교는 후안무치한 저급 종교[사교]이며 하나도 올바르지[] 않다고 보아 이 종교를 하루라도 중국에서 용인할 수 없으니 마땅히 엄금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셋째로, 양광선은 서양의 새 역법은 중국의 의례에 장애가 된다고 보았다. 새 왕조의 어린 황제를 오랑캐 역관들이 감싸고 돌면서 중국의 국기를 훼손하는 새로운 역법을 시행하는 것을 중화에 대한 도전으로 보았으므로, 수구세력의 도움으로 박해의 선봉에 섰던 것이다.

그렇다면 역옥의 뒤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1724년 금교령이 내린 다음 역옥은 중국의 근대사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았을까? 리치가 죽은 지 6년 만에 발생한 남경교안은 중국에서 본격적인 반기독교 운동의 시발이었고, 양광선은 이 교안을 계기로 출판되기 시작한 각종 반기독교 문서[파사집, 벽사집]를 읽고 기독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였다. 역국대옥이 중요한 까닭은 이 투쟁의 결과가 1724년부터 발동된 금교령[성훈광유]19세기 중엽 중국의 개방 때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역법 문제를 떠나서, 양광선은 외세의 침입을 극도로 경계하였고 새로운 문물이나 제도를 외세와 한통속으로 보았으므로 그의 선각자적 경계심은 19세기 중국 지식인들에게 경모의 대상이 되었다.

양광선은 유교와 기독교가 결코 타협할 수 없다고 보았으므로 부득이를 통하여 항변하였고, 정통 유학자로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노력하였다. 불리오(1606-82, 利類思 또는 利再可)와 베르비스트가 부득이변역법부득이변을 써서 부득이를 비판한 것은, 선교사들이 기독교 왕국인 유럽을 벗어난 다음 가장 세심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세계 선교사상 이러한 논박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다음 회에 전례논쟁을 끝으로 이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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