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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의 변증법적 기원

 

장기홍 (경북대 명예교수, 지질학)

 

철학자 헤겔은 역사가 정반합(正反合)의 순서 곧 그러한 3박자로 나아간다고 보았는데, 이 글은 기독교의 초기역사도 그렇게 변증법적으로 전개되었다고 보는 필자의 견해이다. ()의 유대교와 달랐던 세례요한의 종교()를 예수는 사랑이라는 단계로 승화시켜 세계종교인 기독교의 합()을 이루었다고 보면서 역사의 오묘함을 느껴본다. 한 비근한 시사(時事)도 변증법적인 모습이다.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3박자도 그런 예 같으나 그냥 언급에 그치겠다.

유대민족은 전성기인 다윗왕조 이후로는 늘 강대국들의 지배 아래 신음하면서 다윗 같은 메시아 곧 구세주가 나타나기를 고대했을 때 더디어 세례요한과 예수가 나타났다. 세례요한은 예수보다 몇 달 먼저 난 외사촌 형이었다. 나이 서른쯤에 요한은 요단강 가에서 사람들에게 회개하는 세례를 주었다. 그래서 세례요한이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았고 예수도 그 세례를 받았다. 세례는 유대교로 개종할 때 주었다고 한다[크레이그 키너 지음, ‘IVP성경배경주석聖經背景註釋(신약편), 청옥재 외 옮김, 한국기독학생회(Korea IVP) 간행, 1998, 966pp.]. (특히 p.155를 보라). , 일본의 가톨릭 작가 엔도 슈사쿠(1976)나의 예수에서 세례는 에세네파와 세례요한교단이 신참(新參)자를 영입할 때 행했다고 썼다. 아마도 세례요한은 임박한 하느님 나라의 새 종교를 마음에 두고 그 신도들을 영입하는 의미에서 세례(침례)를 행했으리라고 필자는 추측한다.

세례요한이 헤롯 왕가의 불륜을 지적했다가 투옥된 후 예수는 세례요한을 계승하여 대중에게 전도하기 시작했는데,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다하는 세례요한의 슬로건을 그대로 답습했다.” 두벌 옷이 있으면 이웃에게 나누어 주라는 요한의 강령(누가복음 311)도 그대로 계승했다. 만일 세례요한이 일찍 순교하지 않고 살아서 몇 해 동안 가르친 후 (예수처럼) 십자가형을 받았더라면 그가 민중에 의해 메시아로 추대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더라면 예수는 십자가형을 면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가상이고 역사와 운명은 세례요한을 예수의 선구자로 만들었다. 그가 예수의 선구자임에는 아무도 이의가 없다. 그 당시 예루살렘과 갈릴리 일대는 로마 총독과 유대인() 헤롯왕이 이중적으로 다스리고 있었다. 불륜(不倫)의 문제로 세례요한의 지탄을 받은 헤롯 안디바는 세례요한을 참수했고, 2년 남짓 후에는 예수가 총독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형을 받게 된다. 세례요한과 그의 동지 예수는 정의와 사랑이 지배하는 천국의 소식(복음福音)을 전파함으로써 새 시대를 열게 되는 것이다. 천국은 가난이 시민의 자격이었다. 국적을 초월한 나라였다. 당시의 열심당은 로마와 싸우자고 했으나 예수는 로마까지도 용납하는 태도였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그의 대답처럼 예수는 세속국가의 황제 가이사 위에 부정합(不整合)적으로 임하는 천국을 내다보았던 것이다. 그의 천국(하늘나라)의 개념에는 세계화의 사상이 들어 있었다. 누룩(발효醱酵) 같은 세계종교의 씨였다.

세례요한은 에세네파 출신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수에게도 에세네파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에세네파는 무력을 반대하고 자기네는 종말에 악의 무리와 대결할 남은 의인들로 자처했다. 에세네들은 유대교에 속하는 무리였으나 이 세상을 선신과 악신의 싸움터로 보던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이 엿보이는 종파이다. 그들은 아침마다 태양을 향해 기도했다[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성경사전(1992)]. 이는 조로아스터교의 특징이다. BC 597년 신바빌로니아는 유대왕국을 정복한 후 유대인을 강제로 데려간 소위 바빌론유수(幽囚)’를 했다. 그보다 십년 후에는 유대왕국의 멸망과 함께 2차 바빌론유수가 있었다. 페르시아 제국이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킨 BC 539년에는 유대인을 해방시켜 주었다. 페르시아 왕비가 된 유대인 에스더 이야기는 유명하다. 조로아스터교()가 페르시아의 국교가 된 것은 BC 550년이었으니 유대인들은 자연히 조로아스터교의 영향과 감화를 받았을 것이다. 에세네파는 유대교와 조로아스터교의 혼합종교일 가능성이 있다. 1947년 쿰란 동굴에서 사해문서(死海文書) 5백 권이 발견되어 거기가 에세네파의 근거지였음이 드러났지만 세례요한이 그 종파의 일원이었다는 문서상의 증거는 없다. 요한은 광야의 외치는 소리였고 에세네파는 광야의 동굴에서 살던 수도자(修道者)들이었으므로 요한을 에세네파 출신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쿰란 공동체는 BC 130년부터 AD 70년까지 200년간 대대로 ()의 교사를 중심으로 독신과 금욕생활을 하면서 인구(人口)는 양자(養子)를 영입하여 유지했다 한다. 클레멘스(Clemens)는 세례요한의 제자들과 예수의 제자들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다고 기록했다(기독지혜사, ‘교회사 대사전 2’ 1994, 968 pp). 누가복음 315절에는 모든 사람들이 요한을 혹시 그리스도인가 심중에 생각하니...”라 했다. 둘 중 누가 메시아(구세주)’냐 하는 문제였다.

AD 70년 로마군의 예루살렘 함락 때 세례요한의 제자들은 이란과 이락으로 분산되었다 한다(김희보, ‘비밀결사의 세계사가람기획 2009, 390 pp). AD 30년경 예수가 순교한 후 예루살렘에는 오순절(성령강림일)3천명의 초대(初代)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예수가 부활했음에 감동·도취되었다 하니 이는 곧 예수가 메시아로 추대되었음이다. 복음서에는 세례요한이 나는 예수의 신 들메를 들 자격도 못 된다” “나는 예수의 길을 곧게 하는 사명을 띠었다고 말했다고 쓰여 있으나 이는 예수의 추종자들이 쓴 기록이다. 세례요한과 예수의 시대는 새로운 종교를 잉태했는데 요한이 먼저 죽어 결국 예수가 그 출산의 산고를 십자가에서 겪었다. 기독교는 크게 보면 유대교에서 분기(分岐)되었지만 자세히는 세례요한을 딛고 태어난 종교이다. 요한은 참수되고 예수는 십자가형()을 당한 차이가 있었고 요한이 먼저 죽고 예수가 살아남아 2년 남짓 사역을 했던 사실이 있다. 처음에는 요한이 주연이고 예수가 조연 같았으나·운명과 경위가 예수를 택했고 예수 자신의 자격이 탁월했음도 사실이다. 요한은 천국을 발견했지만 예수는 천국의 내용이 사랑임을 실현했다. 유대교(), 세례요한(), 그리고 기독교() 순이다! 예수가 순교한 후 오순절 날 모인 초대교인들은 예수의 정신이 몸담을 공동체의 원형이었다.

예수를 신화화(神話化)하기 시작했고, 차츰 예수는 신으로 모셔진다. 결과적으로 세례요한은 예수에 의해 묻히었다. 세례요한은 예수의 길잡이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 같이 해석되었고 예수가 그리스도(구세주)가 되었다. 당시 유대인들은 외세에 종살이하던 그런 현실로부터 정치적으로 구원받기를 고대하면서 문무를 겸비한 메시아를 바라는 한편 곧 세상의 종말이 와서 저절로 해방될 것을 바라기도 했다. 마태복음 16장 끝에는 예수 스스로 말세에 인자(人子)가 아버지를 대리하여 천사와 함께 와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상벌을 내리리니, 여기 있는 사람들의 생전에 인자가 왕으로 재림하리라했다[필자의 의역(意譯)]. 이처럼 예수는 종말론자로 기록되어진 한편 천국건설을 위한 사회개량(改良)을 위해 제자들을 내보낸 현실주의 지도자로도 나타난다. 그는 만일 천국의 도()를 수용하지 않거든 그 집을 나올 때 신 바닥의 먼지를 털어버리라고 했으니(마태10:14) 실로 삼십대 청년다운 기개였다.

예수가 사랑의 사도였음은 그가 세리와 창녀 출신의 남녀들을 제자로 삼았던 파격과 독창성에서 나타났다. 비근한 구원의 실천이었다. 모두가 천시하고 합석도 꺼리던 창녀와 세리를 제자로 삼은 것 자체가 구세주의 면모이다. 예수에게 있어 천국의 내용은 사랑의 실현이었다. 복음서에 있는 많은 기적들은 과장이 있겠지만 그가 백성의 병고를 보며 사랑으로 고뇌했음은 사실이다. 마치 다윗 왕 같은 무인으로서의 구세주를 꿈꾸던 사람들은 예수를 보며 실망했음에 틀림없다. 제자 중 유다는 예수에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껴 돈을 받고 스승을 팔았고, 예루살렘 성전을 지키던 제사장이나 바리새인들은 군중을 선동하여 예수는 결국 십자가형에 내몰리게 된다. 예수의 천국운동을 세계종교에로 이끈 첫 공로자는 사도바울이었다. 그런데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어서는 차츰 부자로 타락했다. 몽고와 이슬람이 닥쳤을 때 신도들의 양심은 그것이 신의 심판이라고 보았다. 어느 역사가는 세계역사는 세계 심판이라 했으니 역사상의 쇄신과 갱신의 총합이 천국이라고나 할까?

세례요한이나 예수가 아울러 제일성(第一聲)으로 회개를 외쳤다면 그것은 죄라는 것이 확실하여 사람은 누구나 근본이 죄인이고 죄의 길에서 선회하여 새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으뜸가는 의무임을 의미했을 것이다. 회개의 고민이 사람의 본분이어야 함을 의미했을 터이다. 어떤 기독교 저자는 교회가 를 짐짓 부풀려 문제 삼는다고 비판하면서 대속의 교리로부터 예수를 해방시키자고 논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본래 기독교가 죄를 문제 삼았음은 옳았다. 사람은 자연이라는 원죄를 타고 났다. 천적이 곁에 있어야 힘을 내는 어쩔 수 없는 존재이다. 자연에 의해 주어진 죄가 사람에게 있음이다. ‘회개란 그 모든 죄를 깨닫는 일이며 새사람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천국의 담당자인 교회는 거듭된 회개와 종교개혁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교회와 기독인들은 예수의 천국정신의 육신이므로 응분의 사명이 있을 것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과 같이 우리는 천국정신의 몸 된 책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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