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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축제: 유교의 축제

 

황상희 (성균관대 초빙교수, 유학)

 

유교가 종교인지가 늘 고민이다. 이 문제가 좀 이해되어야지 유교의 축제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종교란 단어의 형성사를 알아보자. 조선왕조는 유교를 국교로 만들어진 정교일체의 사회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종교란 단어가 없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이 종교란 법률적 구분을 가져왔는데 일본의 천황을 믿는 신도, 일본 불교, 기독교만 종교로 인정하였다. 이 세 종교는 문화부에서 다루고, 나머지 종교는 유사종교로 범죄자와 함께 경찰청에서 담당했다. 조선에서는 법률적 구분으로 시작한 개념이 종교이다. 당연히 유교는 범죄자와 함께 경찰청에서 관할하였다. 이제 일제 강점기의 법률적 구분을 걷어 낸다고 해도 유교가 종교일 수 있을까? 종교라 함은 교주, 교리, 신도가 있어야 하는데, 유교는 여기에 해당사항이 없다. 조선시대 누구나 제사라는 예배를 드리고 있었지만 자신이 유교인이란 자각이 있었던 집단은 정치인이거나, 공무원들이었다. 민중들은 유교인이라는 인식자체도 없이 문화로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이전에 유교, 불교, 도교 등은 교()의 전통만이 있었다. 즉 교주가 아니라 스승의 가르침만이 있었다. 현재 유교는 종교와 문화 사이쯤에 있다.

축제라는 단어를 들으면서 한자로 어떻게 번역될까 고민했다. 아마도 즐길 락()과 통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유교에서 말해지는 락()은 무엇인지 공자와 맹자, 이자를 통해서 말해보겠다.

 

공자의 락()

공자(孔子, BC 551~479)가 제자들에게 물었다. “세상이 너를 알아준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제자는 전쟁과 기근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고, 또 어떤 제자는 예악으로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했다. 또 어떤 제자는 종묘의 일을 살피거나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대답에 공자는 무심히 듣고만 있었다. 그 모임에서 가야금 연주를 하던 제자가 있었는데, 공자는 그에게 물었다. “점아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점은 가야금을 쨍그렁 하고 놓으며 일어나 대답하였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다릅니다. 늦봄에 봄옷을 입게 되면 관을 쓴 어른 5~6명과 어린아이 6~7명과 함께 물가에서 목욕하고 제단에서 바람 쐬고 노래하면서 돌아오겠습니다.” 공자가 이 말을 듣자마자 !’하고 감탄하시며 나는 증점과 함께하겠다.”라고 하였다.(논어, 선진25)

공자가 함께 하고자 한 증점의 의도는 그저 현재 자기가 처한 위치에 나아가 그 일상생활의 떳떳함을 즐기는 데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자신을 버리고 남을 위하려는 뜻도 없었다. 그저 가슴속이 시원하고 자연스러우며 천지 만물과 함께 즐기는 것일 뿐이다. 본말로 구분하자면 증점의 말이 기본이고 나머지 제자들은 말단의 일만을 말한 것이다. 유교의 축제, 혹은 유교의 락()은 늘 이렇게 일상성에 있다.

공자는 자신의 즐거움을 말한다.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온다면 즐겁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 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겠는가.”(논어』 「학이1) 배우고, 친구와 사귀고, 또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상관없는 상태. 이것을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하였다. 유교의 종교성은 마지막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고 상관없는 군자를 말하는 곳이다. 이 은밀한 곳의 즐김이 일상성의 축제이다.

 

맹자의 락()

맹자(孟子, BC 372~289)가 말하는 대표적 락()이다. “군자가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왕노릇 함은 여기에 들어있지 않다.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시며,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위로는 하늘에 부끄럽지 않으며, 아래로는 인간에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맹자, 진심상, 20) 맹자는 부모 형제의 무고함, 스스로의 떳떳함, 그리고 자식의 교육을 즐거움으로 삼았다. 첫 번째와 세 번째는 하늘이 결정해야 하는 몫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즐거움이다. 자기의 사욕을 이겨서 하늘을 우러러보아도 부끄럽지 않고 또 아랫사람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태도.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오롯한 즐거움인 것이다.

 

이자의 락()

이자(李子, 1501~1570)는 퇴계 이황을 말하는데, 조선시대에는 이자로 쓰였으니 여기서는 조선시대의 호칭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자가 지은 대표적인 저서는 성학십도인데 이 책을 한형조는 자기 구원의 가이드맵이라고 정의했다. 이자는 17살의 임금 선조에게 이 책을 바치면서 내가 나라에 보답하는 것은 이 책뿐이다.”라고 하였다. 이 책에서 10개의 그림 중 사서(논어』・『맹자』・『대학』・『중용)에서 유일하게 대학이 들어가 있다. 대학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말하는 내용으로 인간의 행복은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할 때 행복하다는 것을 강조한 책이다. 여기서의 수신은 치유이다. 내가 치유되어야만 민족과 인류를 살필 수 있다. 스스로가 치유되면 대학의 핵심키워드 밝은 덕을 밝혀(明明德)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명명덕(明明德)의 방법으로 이자는 정신과 감정의 분리하는 방법을 직접 그려 넣었다.(심통성정도) 감정으로 사는 삶에서는 병이 몸에 쌓일 수밖에 없지만 정신으로 사는 삶이 가능해야지 스스로의 행복을 돌보면서 살수 있다는 것이다.

성학십도의 키워드는 4개의 단어로 정리된다. (), (), (), ()이다. 천은 내 안의 씨앗이고, 학은 그 씨앗을 키우는 배움이며, 심은 씨앗을 가꾸는 주체이며, 경은 씨앗이 자라는 과정이다.(나대용 박사) 유교의 축제는 자신에게 부여된 하늘을 키워나가는 일상의 걸음 걸음에서 맺어지는 방울방울의 결실이다. 이자는 천국을 누에치고 길쌈하고 비 오고 이슬 내리는 가운데 있는 것이다”(퇴계선생문집)라고 하였다. 또 일기에 닿는 곳마다 모두 진리()이니, 어느 때인들 즐겁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천국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삶에서 닿는 모든 것이 진리 속에 있으니 그것이 즐거움인 것이다.

다음은 70세 이자가 쓴 달밤에 깨어나 매화를 읊다란 이시다. “군옥산 꼭대기 제일의 신선이여/맑고 깨끗한 모습 꿈속에 고와라/깨어나 달 아래에서 만나니/흡사 신선처럼 환하게 웃는구려”(이광호, 퇴계집) 고희가 된 노인이 자다가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밝은 달 아래 매화가 활짝 웃고 있다. 정신이 깨어 있는 삶에서는 영원히 늙지 않나보다. 매화를 새벽에 보고는 신선을 만났다고 노래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자연에서 신을 만나고 느끼고 노래하는 것이 유교의 락()이다. 일상(世俗)의 성화(聖化)가 곧 유교의 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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