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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축제: 불교의 축제

 

조준호 (한국외국어교 연구교수, 불교학)

 

과거 인류사회는 절기에 따른 추수감사와 같은 축제가 많이 행해졌다. 이 때 주로 신에게 수확물이나 제물을 올렸다. 신이 세상만사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교가 일어나기 전 인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인도의 모든 축제가 신과 관련한 경축의 행사이다. 여기에는 여러 제물 가운데에서 동물과 사람을 올리는 희생제의도 행해졌다. 하지만 불교는 불살생과 비폭력을 내세워 희생제의가 아닌 꽃과 등불 그리고 향 등으로 봉축하였다. 여기에 여러 악기를 동원하여 노래하고, 춤추는 공연도 이루어졌다. 지역에 따라 오래 전부터 연극이나 마술공연 그리고 꼭두각시놀음도 행해졌다. 특히 동아시아 과거역사에서는 스님들이 신이로운 존재로 그려진 경우가 있는데 인도나 중앙아시아 출신의 도래승 가운데는 마술을 능숙하게 시연해 보인 때문이다. 이들의 마술공연은 불교축제 때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감탄을 자아냈다고 한다. 금욕적인 성격의 불교라 하더라도 세속사회와 관련하여서는 감각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축제에 예외일 수가 없음을 말한다.

불교 축제문화는 매달 열리는 축제 그리고 절기마다 열리는 축제 그리고 연중 개최의 축제로 구분할 수 있다. 신분계층을 초월해 모두가 어우러지는 장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팔관회나 연등회 등의 축제가 유명했다. 이러한 연등축제는 지금도 사월초파일로 이어지고 있다. 불교가 전해진 나라마다 여러 축제가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성대하게 기념하는 것은 부처님 오신날이다. 이는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 인도나 중앙아시아 나라나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시대와 나라에 따라 축제의 기간과 내용이 다르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의 우란분절이나 스리랑카의 부처님 치아사리를 봉축하는 불치축제가 그것이다. 이러한 축제를 기회로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 특별한 오락이 행해졌다. 나라에 따라서는 3일 밤낮을 도시와 거리에 불을 켜놓고 떠들썩하게 기념한다. 사람들은 하늘에 울려 퍼지는 악기연주에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다. 우리나라 초파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륜마차에 불상을 싣고 거리를 행진하면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꽃을 던지고 향을 뿌렸다. 거리를 꽃과 향으로 뒤 덮기도 했다. 현재 남아시아나 동남아 나라에서도 계승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직까지도 축제분위기가 가장 물씬한 미얀마의 초파일을 대표적으로 살펴본다.

미얀마는 다른 상좌불교권처럼 붓다의 탄생과 성도 그리고 반열반의 달과 날을 같이 본다. 3중 기념일인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가장 성대한 축제가 된다. 동아시아에서도 예전에 부처님의 탄생일, 성도일, 반열반일을 삼불기일(三佛忌日)’이라 하여 최대의 명절로 지내온 역사와 비슷하다. 사월초파일이라는 말에 나타나듯 미얀마 등 모든 불교축제 또한 우리나라처럼 절기를 나타낸다. 축제의 장이었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날을 기념하고 축하하려고 아침 일찍 일어난다. 먼저 가까운 절을 찾아 스님들께 계율을 지킬 것을 서원하고 법문을 청해 듣고 보시를 행한다. 다음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긴 행렬을 지어 파고다로 향한다. 보리수에 물을 뿌리는 의식을 하기 위해서이다. 젊은 여자들이 물 단지를 머리에 이고 길게 줄을 맞춰 흥겹게 보리수로 향한다. 여자들의 긴 머리는 꽃으로 장식하고 단지는 은으로 된 것이나 흙으로 빚은 붉은 빛의 단지로, 여기에 푸른 바나나 잎으로 감싸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다. 이러한 행렬의 선두에는 항상 연주자들이 동반한다. 앞뒤 중간에는 펄럭이는 불교기를 들고 금시조나 용왕 그리고 제석천이나 범신 등의 모습으로 장엄하여 행렬에 나선다. 여기에 몇 가지 악기가 등장한다. 북과 놋쇠로 만든 두 개의 원반으로 한 쌍을 이룬 타악기, 각종의 피리, 대나무로 만든 딱다기 등의 전통적인 악기들이다. 이러한 여러 악기들의 연주로 흥겨운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다. 젊은 남자들은 사람들이 흥이 돋도록 생동감 있는 춤을 추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흥겹게 한다. 이 때 부르는 노래 가사는 장난스럽고 익살스러운 남녀 간의 사랑의 노래이다. 부처님 오신날이 왜 축제가 될 수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성스럽게 기념해야 할 초파일 의식의 한편에서는 열반의 이름으로 남녀의 상열지사를 흥겹게 노래한다. 젊은 청년은 봉축하러 물 단지를 이고 가는 소녀들의 행렬을 따라가며 열반 성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하자고 노래한다. 왜냐하면 불교의 최고 목표인 열반은 그 성취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여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기쁨과 함께 또한 피할 수 없는 고통도 뒤따를 것이다. 그렇지만 결코 상심할 필요가 없다고 남자들은 처녀들을 향해 노래 부른다. 이러한 긴 여정을 위한 조력자로서 자신이 있고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단지 이생만이 아닌 모든 미래 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한다.

계속해서 우리는 우리의 미래 생에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 ... 만약 우리가 새로 태어난다면 우리는 같은 나무에 같은 둥지를 틀 것이다와 같은 통속적인 남녀 간 사랑 이야기가 곁들어진 노래로 흥을 돋운다. 아마 그래서 성스러운 부처님 오신 날이 세속의 사람들에게는 축제의 한 마당이 될 수 있을 것이리라! 이렇게 이 날을 축하하기 위해서 미얀마 전통의 음악으로 흥을 돋우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서구 고전음악이니 현대의 팝송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처럼 미얀마에서 부처님 오신 날은 가장 성스러운 날이요 달이다. 또한 가장 경축하는 날이며 즐거운 축제의 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공식적인 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이처럼 대표적으로 미얀마의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를 통해 축제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이는 한국의 초파일 봉축행사와도 비슷한 점이 있지만 훨씬 여흥의 분위기가 많다. 이러한 축제의 마지막은 항상 모두가 사두(Sadhu : 善哉) 사두 사두를 큰 소리로 외치는 삼창으로 마감한다. 우리 모두는 좋은 일을 잘 마쳤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미얀마 소년소녀들의 출가의식 또한 일종의 지역공동체 축제처럼 대대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신쀼라 한다. 국민들의 80% 이상이 일생에 있어 최소한 한번은 출가생활을 한다. 지역마다 날짜를 정해 공동으로 출가의식을 치른다. 전 날 밤 친척과 주변의 사람들을 초대하여 잔치처럼 음식대접을 한다. 신쀼를 치르는 날은 그 아이의 인생에서 최고의 날이 된다. 아침부터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출가하는 아이를 축하해 준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은 코끼리에 태우기도 하고 말이나 소가 끄는 마차에 또는 치장한 차량에 태우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아버지가 무동을 태워 행렬을 벌인다. 아이는 이날만큼은 얼굴을 화장하고 가장 화려한 옷을 입히는데 이유는 과거 부처님이나 라훌라와 같은 왕자의 신분으로 출가를 한 것을 본뜬 것이라 한다. 치장한 아이들은 악단과 놀이패를 앞세우고 황금우산을 쓰고 절이나 파고다로 향한다. 뒤에는 일가친척들과 동네 사람들이 절에 올리는 공양물을 들고 따라간다. 이때도 초파일처럼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지고 춤을 추는 축제의 한마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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