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8년 성서와 문화

종교와 축제: 축제문화의 성서적 원형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 문화신학)

 

축제문화의 성서적 원형(archetype)하느님 말씀이 갖는 통전적인 틀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여기서 하느님의 말씀의 통전적인 틀이란 일반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이 갖는 세 가지 차원을 의미한다. 곧 그것은 기록된 말씀 이전에 일어난 하느님 사건으로서의 선텍스트(Pre-Text), 하느님 사건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텍스트(Text), 그리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그 말씀이 우리와 함께 하며 새롭게 역사하시는 컨텍스트(Con-Text)이다. 만약 이 세 차원의 말씀이 전체적인 통전성을 잃게 되면, 축제문화는 선텍스트, 텍스트, 혹은 컨텍스트의 차원 중 어느 하나로 축소되고, 결국은 축제문화에 대한 신학적 이해는 부분적 수준으로 전락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축제문화에 대한 신학적 이해는 선텍스트-텍스트-컨텍스트라는 해석학적 순환구조 속에서 통합적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축제문화의 신학적 원형을 하느님 말씀의 삼차원적 구조 속에서 하나씩 생각해 본다.

첫 번째 축제문화의 성서적 원형은 하느님의 계시적 사건, 그리고 그에 따른 인간해방과 구원의 경험이다. 성서라는 텍스트가 생기기 이전에, 그 텍스트에 앞서는(pre/before-Text) 하느님의 일방적인 찾아오심의 계시사건이 먼저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인간들은 절대 잊을 수 없는 하느님 체험 곧 인간해방과 구원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것을 일컬어 근원적 경험이라고 부른다. 먼저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이스라엘 되게 하는 근원적 경험은 출애굽사건이었다(26:5-9). 노예살이하던 애굽으로부터 해방된 출애굽사건은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느님 경험이자 인간해방의 근원적 경험이었다. 그 사건으로부터 이스라엘은 비로소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갖게 되었다(19:5ff.). 그리고 민족의 위기를 경험할 때마다 이스라엘은 바로 출애굽 경험으로부터 희망의 근거를 발견하고, 2의 출애굽을 희망했던 것이다(43:14-21; 48:20-21; 16:14-15). 뿐만 아니라 출애굽사건을 근원적 경험으로 하여 자신들을 애굽에서 해방시킨 하느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이라는 창조신앙도 고백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축제는 바로 출애굽사건을 재현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축제인 유월절은 이스라엘이 애굽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축제요, 오순절은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시내산에서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모세계약)를 맺은 것을 기념하는 축제요, 초막절은 이스라엘이 출애굽 후 광야생활을 하면서 그들을 지키시고 인도했던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기념하는 축제이다. 이처럼 출애굽이라는 이스라엘의 근원적 해방의 경험은 이스라엘에게 축제문화를 생산시킨 축제문화의 원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근원적 경험은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중심으로 한 하느님 체험과 인간구원의 경험이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하느님을 경험한 초대교회의 신자들은 그들에게 닥친 엄청난 거룩한 경험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매개로 하여 매주(예수께서 부활한 날) 모여서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며 하느님께 예배하고 그의 구원의 능력을 찬양했던 것이다(20:7). 그리고 그 근원적 경험으로부터 초대교회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의 축제문화를 생산해 내었는데, 그것이 곧 부활절이다. 이 부활절은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근원적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 기독교의 대표적인 축제문화이다. 그리고 후에, 그 십자가와 부활의 경험을 원형으로 하여 성령강림절기가 추가되고, 또 부활하신 예수께서 반드시 다시 오실 것이라는 종말론적 신앙이 덧붙여졌으며, 성탄절과 같은 교회의 축제문화가 덧붙여진 것이다. 결국 이런 점에서 볼 때, 유대교나 기독교에 있어서 축제문화의 원천은 하느님의 계시적 사건, 특히 해방과 구원의 사건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기독교 축제의 핵심은 그 구원의 원초적 기쁨을 재현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축제문화의 성서적 원형은 거룩한 경험의 표현으로서 텍스트(Text)이다. 하나님의 계시적 사건에 대한 신앙적 응답으로서의 근원적 경험은 어떠한 형태로든 텍스트로 표현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표현의 형태는 역사기술의 방식으로 표현될 수도 있고, 시나 음악의 형태로 불리어질 수도 있다. 혹은 상징과 같은 유형적 방식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특히 유대인에게 있어 근원적인 구원의 감격은 율법’(Torah)에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축제 때마다 그 율법을 읽고 그 율법을 통해 구원의 경험을 재현하고자 하였던 것이다(8:1-18). 이처럼 모세오경으로 불리는 토라를 비롯하여, 느비임(Neviim)으로 불리는 예언서, 그리고 시편(특히, 78, 136편 등)이나 에스더 등과 같은 시가문학(Kethuvim)도 이스라엘의 근원적인 구원의 경험을 텍스트화한 구체적인 예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독교 역사에서 신앙교육방법으로 강조되었던 상징’(symbol)도 구원의 근원적 경험을 표현하였던 텍스트로써 그 중요성이 간과될 수 없다. 다만 유대-기독교의 전통에서 특이할 것은 구원의 근원적 경험을 표현함에 있어 문자를 통한 기록이나 노래의 방식은 선호되었으나, 조각이나 그림과 같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의미를 생산하려는 노력은 우상숭배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소극적이었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개신교의 전통으로도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구원의 근원적 경험에 대한 표현의 수단으로써 음악이나 문자뿐만 아니라 오감의 균형적인 활용, 그리고 멀티미디어의 발전에 따른 멀티텍스트성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축제문화의 신학적 원형은 근원적 경험을 어떻게 텍스트화 할 것인가의 문제와 깊이 연관된다. 왜냐하면 이 작업을 통해 하느님 사건은 일회적인 사건으로 축소되지 않고, 바로 지금 살아있는 계시의 사건으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축제문화의 성서적 원형은 텍스트와 함께 함(con/with-Text)으로서의 기독교적 삶의 축제화이다. 유대-기독교의 전통은 축제를 통해 구원의 근원적 경험 혹은 하느님의 계시적 사건을 현재화하려고 하였다. 특히 성서와 교회의 전통이라는 텍스트 속에 기록된 구원의 사건을 바로 지금 여기에서 현재화함으로써 이스라엘 백성과 초기 기독교인들이 경험했던 구원의 경험을 재창조하려고 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매주 모이는 예배’(Leiturgia)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 안식일의 준수는 출애굽사건을 기억하면서 하느님의 구원행위에 대한 축제적 성격을 갖고 있었다(5:15). 그래서 이러한 근원적 경험을 매주일 안식일의 준수를 통해 축제화함으로써 현재화하려고 하였던 것이 히브리신앙이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사건도 초기 기독교인에게 큰 구원의 사건이었다. 그 구원의 사건을 현재화하는 작업은 바로 우리가 매주일 모여서 잔을 나누고 떡을 떼며 말씀을 듣는 예배를 통해 이어진다. 즉 주일은 부활의 주님을 현재적으로 만나는 날이요, 축하하는 축제의 날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교회의 축제성 회복은 성찬예배의 창조적 회복으로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이상과 같이 축제문화의 신학적 원형은 하느님 말씀의 세 가지 차원, 곧 선텍스트와 텍스트, 그리고 컨텍스트의 통전적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조망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독교의 축제문화는 성경에 반영된 하느님 사건으로서의 인간해방과 구원의 사건, 그 표현으로서의 텍스트화 작업들, 그리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예배와 삶을 통해 원초적인 해방과 구원의 기쁨을 새롭게 현재화하는 일을 함께 통전적으로 고려해야 할 일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 바로크 시대를 여는 누오베 무지케 - 김순배 성서와문화 2018.12.29 1
45 중국과 기독교10: 천주교 박해2-역국대옥 - 안경덕 성서와문화 2018.12.29 1
44 청산별곡을 읊조리다 - 임인진 성서와문화 2018.12.29 0
43 그리스도교의 변증법적 기원 - 장기홍 성서와문화 2018.12.29 3
42 문학에 비친 복음(13) 그레이엄 그린, 정사의 종말 - 이상범 성서와문화 2018.12.29 1
41 종교와 축제5: 기독교와 축제 - 심광섭 성서와문화 2018.12.29 1
40 종교와 축제4: 유교의 축제 - 황상희 성서와문화 2018.12.29 0
39 종교와 축제3: 불교의 축제 - 조준호 성서와문화 2018.12.29 1
38 종교와 축제2: 굿, 말씀을 담는 몸의 문화 - 조성진 성서와문화 2018.12.29 1
» 종교와 축제1: 축제문화의 성서적 원형 - 손원영 성서와문화 2018.12.29 1
36 마음이 깨끗한 사람 - 최종태 성서와문화 2018.12.29 2
35 74호 드리는 말씀 - 이계준 성서와문화 2018.12.29 1
34 성서와 문화 73호(가을호) PDF file 성서와문화 2018.09.08 21
33 성서와 오페라(2) : R.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 임중목 성서와문화 2018.09.08 18
32 산 마르코 성당과 지오반니 가브리엘리 - 김순배 성서와문화 2018.09.08 16
31 기독교와 나라사랑(11) : 기독교 복음의 빛으로 민족의 운명을 바꾸려던 사상가 도산 안창호 - 박종현 성서와문화 2018.09.08 19
30 고래 뱃속의 요나 - 안옥수 성서와문화 2018.09.08 18
29 진리가 주는 자유가 곧 구원(救援) - 장기홍 성서와문화 2018.09.08 9
28 문학에 비친 복음 (12): 아나톨 프랑스, <타이스> - 이상범 성서와문화 2018.09.08 39
27 유한과 무한사이 - 최종태 성서와문화 2018.09.0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