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8년 성서와 문화

성서와 오페라 (2)

R.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임중목 (성악가, 예술학)

 

오페라 살로메의 막이 오른다. 로마 유대의 분봉 왕 헤로데의 궁전에 있는 화려한 테라스가 보인다. 그 밑으로 보이는 연회장에서는 성대한 연회의 향락과 흥청거림이 진동한다. 이때 궁전의 위병들 속에 젊은 시리아 용병인 위병 대장 나라보트의 살로메 공주에 대한 사랑의 하소연이 들린다. 이를 듣고 만류하는 시종의 목소리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나라보트의 살로메에 대한 사랑의 목소리 넘어 우물 속에 감금된 세례자 요한의 신성하고도 당당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헤로디아왕비가 헤로데왕과 결혼하기 위하여 자신의 전남편을 살해한 만행을 꾸짖고 있는 목소리이다.

 

단호한 세례자 요한의 무겁게 상승하는 노래 위로 오보에와 바이올린의 빠른 진행과 함께 자신을 향한 계부 헤로데의 탐욕스러운 욕정의 눈길에 지친 살로메가 연회장을 빠져나와 달빛 속을 거닐고 있다. 달을 보며 마음을 추스르는 살로메에게 우물속의 요한의 목소리가 들리고 호기심으로 가득 차게 된 살로메는 자신을 사랑하는 순수한 위병 대장 나라보트에게 달콤한 목소리로 자신을 위해 지금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우물 속의 요한을 데려오라고 유혹적인 부탁을 한다. 마침내 우물 밖으로 나오게 된 요한은 죄의 잔이 넘치는 헤로데와 그의 저열한 아내 헤로디아 왕비에 대한 저주를 노래하고 단호하면서 강인한 요한을 본 살로메는 그를 품고 싶은 기묘한 욕망에 사로잡힌다.

 

살로메의 눈길을 느낀 요한의 의문과 그에게 순식간에 욕정을 느끼는 살로메의 음탕한 열광은 뱀처럼 흔들리는 살로메를 깨우고 요한의 몸과 머리칼, 입술을 차례로 탐닉하며 종국에는 요한에게 키스를 원하는 노래를 한다. 거듭되는 요한의 거절과 저주, 회개를 요구하는 가르침에 살로메는 오히려 더욱더 요한을 탐하며 폭주하고 이 모습을 본 나라보트는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살로메에게 절망하고 이에 고통에 가득 찬 자결을 선택한다.

 

살로메의 음욕은 나라보트의 죽음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계속되고 요한의 거절과 비난 또한 멈추지 않는다. “간음한 자의 딸아! 두렵지 않느냐! 어서 그분 예수에게 가서 죄 사함을 얻어라!” 계속되는 요한의 경고와 가르침은 결국 살로메의 요한에 대한 욕정을 강렬한 적개심으로 바꾸게 된다. 교차하는 이 순간들의 음악도 ‘R. 슈트라우스의 음악이 만들어 내는 오페라 살로메의 불협과 정협, 현대와 고전을 넘나드는 혼돈과 진리를 음악적으로 현시하는 대표적 장면이다.

 

요한은 우물로 돌아가고 격정적인 오케스트라의 질주가 펼쳐지면서 비극의 전주곡 같은 느낌과 다시금 고요한 불안의 트레몰로와 함께 음산함 속에 헤로데가 모습을 나타낸다. 또 다른 욕정의 주체 헤로데의 살로메에 대한 음흉한 추파가 시작되고 요한의 비난도 다시 들리며 이때 등장하는 위선적인 5인의 유대인들은 세례자 요한의 처형을 요청한다. 메시아 같은 존재로 비취는 요한에 대한 두려움으로 헤로데는 그들의 요청을 거부하며 오직 살로메에 대한 욕정으로 집중하며 헤로데는 살로메에게 자신을 위한 춤을 추어 달라고 요구한다. 거절하는 살로메에게 다급해진 헤로데는 어떠한 소원이라도 들어주겠다며 춤을 종용하고 이에 살로메는 결국 이 오페라의 백미인 관능적인 일곱 베일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오스카 와일드적인 탐미주의와 퇴폐, 상징주의가 시각과 음악으로 발현되는 이 오페라의 정수라 할 수 있겠다.

 

점점 나체가 되어가는 음습하고 요염한 모습의 살로메와 함께 음탕한 선율이 이어지면서 주체 못 할 흥분에 휩싸인 헤로데는 살로메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요한의 머리!” 섬뜩한 살로메의 요구에 헤로데는 당황하고 다른 어떠한 것으로도 이 요구를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안 후 헤로데는 결국 요한의 처형을 집행하기로 한다. B플랫의 무시무시한 더블베이스의 독주의 울림과 함께 사형집행자는 요한이 있는 우물로 향한다. 은쟁반에 담긴 요한의 머리가 등장하며 광기어린 살로메의 퇴폐적인 몸짓과 욕정의 노래가 어우러지며 절정에 이른 살로메는 피투성이 요한의 머리에 키스를 한다. 복 조성 기법, 7화음 등의 요소로 소름끼치고 끔찍한 불협화음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다. 지옥처럼 깊은 심연 속에 빠질 듯한 지독한 모습에 헤로데 역시 광기에 사로잡혀 살로메를 죽이라고 외치면서 오스카 외일드가 추구하고 ‘R. 슈트라우스가 음악으로 표현한 세기말적 데카당스의 퇴폐와 혼돈, 탐미주의의 진수인 오페라 살로메는 막을 내린다.

 

(다음회는 생상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를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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