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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비친 복음 (12): 아나톨 프랑스, <타이스>

 

이상범 (목사, 칼럼니스트)

 

줄거리:

1: 4세기경 나일 강가 디바이더에는 수많은 수도사와 은둔자가 가혹한 수행을 견뎌 내고 있었다. 안티노에 수도원장 파프니스는 젊은 나이에도 그 덕이 높이 평가되고 널리 알려져서 스물넷이나 되는 제자들이 사모하여 에워싸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의 귀족 출신인 파프니스는 한 때 방탕한 열락에 빠져 있었지만 마크란 사제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서 모든 재산을 버리고 수도생활에 전념 하게 된다.

알렉산드리아가 고대문명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향락과 퇴폐의 마지막 불장난을 한껏 즐기고 있었을 무렵, 열다섯 나는 파프니스가 요염한 무희 타이스를 만나 격렬한 정욕에 사로잡히게 된 것도 그곳에서의 일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파프니스에게는 황홀하기만 한 타이스를 감당할 엄두가 지 않았었다.

 

어언 세속을 버린 지 10, 늘 그래 왔던 대로 참회와 수련에 열중하고 있는 그에게 문득 고혹적인 무희 타이스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도 아주 또렷하게. 파프니스는 그녀를 음란의 죄악에서 구해 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제자들의 수련을 조수에게 부탁하고 나서, 수도사는 지팡이를 의지하고 알렉산드리아를 향한다. 열여덟째 되는 날, 인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한 움막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좌선을 즐기고 있는 노인 티모클레스를 만난다. 유복한 생활을 떠나 세상을 떠돌며 철학을 공부한 티모클레스는 인도 갠스 강가에서 30년이나 좌선을 하고 있는 한 사나이를 만났다며, 그에게서 배운 것을 일러주는데.......

인간이 괴로워하는 것은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나, 행복하면서도 혹 잃어버리지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이라 했다나. 모든 것을 버리고 흔들림 없이 홀로 수련하는 노인 앞에서 파프니스는 깊은 한숨을 몰아쉰다.

 

마침내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한 파프니스, 그 옛날 동문수학했던 친구 니시어스의 거처를 찾는다. 거리로 나서기 위해서 걸쳐야할 겉옷과 신발을 빌리면서 파프니스가 자신이 그곳에 온 목적에 대해서 실토한다. 타이스를 회개시켜 수도원으로 인도하겠다는 포부를 듣고 있던 친구가 씁쓸한 목소리로 파프니스에게 말한다. 그 옛날 자신도 그녀에게 열정을 쏟았었노라고. 친구의 진솔한 고백에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느낀 파프니스, 그 집을 뛰쳐나온다. 그러는 친구를 용서할 수 없었다. 친구 니시어스는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극장에서 파프니스는 타이스의 연기에 사로잡힌다. 아킬레스의 망령에게 희생제물을 바치는 폴리크세네를 연기하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 모습, 파프스는 에게 제물을 바치는 성녀라며 흡족해한다.

 

가난한 선술집에서 태어난 타이스는 탐욕스러운 양친 손에서 어렵게 자랐다. 어려서부터 술심부름을 하며 사내들 무릎을 옮겨 다니는 척 호주머니에서 돈을 훔쳐내는 기술을 익혔다. 그녀를 눈여겨본 인신매매 노파가 그녀에게 노래와 을 가르쳤고, 타이스는 피나는 노력 끝에 알렉산드리아 환락가의 스타가 되었다.

타이스가 거처하는 화려한 님프의 동굴을 찾은 파프니스가 그녀에게 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에 대해서와, 죄인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설교를 한다. 설교를 들은 타이스는 공포로 몸을 떨며 파프니스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렇지 않아도 쾌락을 추구하는 나날의 삶에 혐오감을 느껴오던 타이스. 막연하게나마 다가올 노년과 죽음에 대해서 불안을 품고 있었던 참이라, 파프니스가 말하는 영원한 삶과 영적인 사랑에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 것이다.

수사님 제가 쾌락을 떠나 회개하면 지금의 아름다운 육체를 지닌 채로 하늘나라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요?”하고 묻는 타이스에게, 파프니스는 그렇다며 그녀를 설득한다. 곧 철학자와 시인들이 모인 화려한 밤을 즐긴 후, 소유한 모든 것을 불사르고 나서 파프니스를 따라 여수도사 아르비누의 보호 아래 여자 수도원에 몸을 의지한다.

 

2: 다시 사막의 수도원으로 돌아온 파프니스. 그곳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느껴지는 것을 어쩌랴. 그는 불안에 싸인다. “, 이 불안! 이 영혼의 고독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는 기도한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는 님프의 동굴에서 목격했던 타이스의 아리따운 자태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을……. 꼬박 30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요염한 타이스의 모습이 그를 괴롭히는 것을.

암자를 버린 파프니스는 사막을 헤맨다. 한 폐허에 이르자,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행을 결심하고 장대 위에 올라앉는다.

 

자초지종과 그의 심정을 읽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이 장대 위의 파프니스를 우러러 찬양한다. 줄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받으려고 몰려오지만, 정작 성인의 육신은 시간이 흐르면서 미이라처럼 말라간다. 타이스를 향한 애욕의 정염은 사그러들기는 커녕 날로 더해져 그의 육신을 불사를 지경이 된다.

한동안 실신했다 깨어난 그는 타이스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계시를 받는다. 일어나 달려가는 파프니스. “나는 바보야! 타이스를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다니. 하나님, 하늘나라, 그게 다 뭐람! 그녀가 내게 주었을 행복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소리치며 달려간다.

 

새벽녘 파프니스가 수도원에 도착했을 때, 정원 무화과나무 그늘에는 수녀들에게 둘러싸여 타이스가 누워있다. “죽지 말아다오 나의 타이스여, 나는 그대를 속였다오. 하나님이니 천당이니 하는 소리는 터무니없는 것. 지상에서의 삶과 사랑만이 진실한 것! 나는 그대를 품에 안고 먼 곳으로 데려갈 거야. 타이스, 타이스 일어나 다오.”

간신히 입을 연 타이스가 말한다. “하늘이 열립니다. 천사가 보입니다. 하나님이 보입니다.” 그리고 숨을 거둔다.

 

욕망과 분노의 불길에 휩싸여 몸을 떠는 파프니스. 찬송을 부르던 수녀들이 그를 가리키며 소리친다. “흡혈귀! 흡혈귀하고.

 

작가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84-1924)

소설 <실베스트르 보나르의 죄> <붉은 백합> <신은 목마르다>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1896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에 선출되었고, 1921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드레퓌스 사건 당시 에밀 졸라 등과 함께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여 반유대주의와 반 드레퓌스 파에 맞서 싸웠다. 에밀 졸라가 의문의 가스중독 사고로 죽자 장례식에서 진실과 정의의 수호자에게 바치는 경의라는 명문의 조사를 바쳤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에밀 졸라의 작품들과 함께 아나톨 프랑스의 모든 작품들을 금서 목록에 올렸다. enoin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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