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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역사성 - 김찬희

성서와문화 2018.09.08 13:16 조회 수 : 5

성경의 역사성

 

김찬희 (클레어몬트신대원 은퇴교수, 신약학)

 

성경은 역사적 신앙 공동체의 산물입니다. 다시 말하면, 성경이 신앙 공동체를 낳은 것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가 성경을 낳았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신앙 공동체는 이 성경을 따라 신앙생활을 하며, 성경에 의하여 비판을 받으며, 성경에 근거하여 신학적 사고를 합니다. 그러므로 성경과 교회와의 관계는 국가의 헌법과 국민들과의 관계와 같은 것입니다. 비록 국민들이 헌법을 만들었으나, 그 헌법이 곧 그 국가 공동체의 성격을 규정하여 주며, 국민들은 이 헌법에 의하여 시민으로서의 생활을 하며 다스림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은 신앙 공동체의 초석이므로, 이 성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읽느냐에 따라 신앙 공동체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개신 교회에 여러 가지 많은 교단이 생겨나게 된 데에는 성경 해석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이해가 크게 작용하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수 없이 많은 교단들이 성경의 역사성에 대하여 올바르게 이해를 하였다면, 오늘날과 같이 많은 교단이 생겨나지 않았을는지도 모릅니다.

 

성경은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역사적 공동체가 만들어 낸, 하나의 역사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며, 그의 영감으로 쓰였습니다.”라는 정적靜的이요 통상적인, 성경에 대한 막연한 정의가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이러한 고백적인 정의보다도 더 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성경은 인류 역사 속에 생동한 믿음의 공동체가 우리에게 남겨 준 유산이기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늘 하나님의 영감을 받게 하는, 지금도 생동감이 넘치는 책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성경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우리가 구약이라고 부르는 히브리 성경과, ‘신약이라고 부르는 크리스천들의 성경입니다. 물론 구약이니 신약이니 하며 부르는 것은 크리스천들의 고백적인 언어입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기독교인들은 히브리 성경은 옛 이스라엘과 맺은 하나님의 계약서이기 때문에 구약舊約이라 부르며, 크리스천들의 경전은 이에 반하여 새로운 이스라엘 백성들(기독교인들)과 맺은 하나님의 계약서이기 때문에 신약新約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요즈음 학계에서는, 비기독교인들, 특히 유대인들을 의식하여 고백적인 언어인 구약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그 대신 히브리 성경(Hebrew Bible)’이란 용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먼저, 구약 성경은 이스라엘이라고 하는 민족이 그 역사 속에 살아 역사役事하시던 야훼 하나님과의 관계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 관계는 하나님과 맺은 거룩한 약조인 성약(聖約 Covenant) 관계를 말합니다. 이스라엘은 야훼의 백성이며 그의 뜻을 따라 살아야만 하는 민족이었습니다. 그래서 구약 성경은 이 백성들이 어떻게 하나님께 순종하기도 하고 때로는 반역하기도 하였는지를 신앙의 눈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율법서나 선지자들의 글이나 성문서들 모두가, 그들이 겪었던 어떤 역사적인 정황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셨는지를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구약은 어떤 의미에서 하나님께 때한 이스라엘의 신앙 고백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들은 우주를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다고 고백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순종할 때에는 많은 복을 받았으나, 그를 반역하였을 때에는 국가가 멸망하는 비극을 체험하게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기쁠 때에는 하나님을 찬양하며, 괴로울 때에는 하나님을 원망하며, 어려움을 당할 때에는 눈물의 기도를 하나님께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기록하여 놓았습니다.

 

특히 민족의 비극, 곧 북 이스라엘이 인류 역사에서 사라진 일과 남유다 왕국이 멸망한 사실이 구약 성경 전체에 흐르고 있는 하나의 주요한 테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구약의 역사성을 우리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주변 국가의 영향으로 그들의 역사는 기복이 심하였습니다. 따라서 그들 역사의 정황이 변함에 따라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것도 때로는 달라졌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경 안에서 서로 상반되는 이야기들을 흔히 읽을 수가 있습니다.

 

구약 성경의 역사성을 말하여 주는 또 하나의 증거는 구약이 한꺼번에 쓰여 완성된 것이 아니라, 적어도 수백 년이란 기간을 두고 형성된 문서라는 것입니다. 구약이 주전 8세기부터 예수님 시대까지 기록된 문서들을 포함하고 있는 사실만 보아도 구약의 역사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약은 오랜 세월을 두고 형성된 문서로서, 그 자체가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어야 될 것입니다.

 

신약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약 성경도 구약 성경과 마찬가지로 믿음의 공동체를 위한 경전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써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삶의 현장에서 일어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하여 쓰인 것들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당면하는 신앙적인 문제들, 이에 비추어 일어나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다루기 위하여 우리의 선조들은 글들을 썼습니다. 원래 우리에게 경전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쓴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의 필요에서, 때로는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권면하기 위하여, 때로는 세상을 향하여 복음을 전파하기 위하여 역사도 쓰고, 편지도 쓰고, 복음서도 썼습니다.

 

한 가지 간단한 예를 들자면 바울이 빌레몬에게 보낸 편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편지에서 바울은 빌레몬에게 도망친 노예인 오네시모를 벌하지 말고 잘 받아줄 것을 간절히 부탁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는 전형적인 그 시대의 개인적인 편지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 편지에서 우리는 헬라 시대의 한 생활의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어느 한 특정한 역사적인 생활 속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바울은 한 때 감옥에 있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도 그 교회 사정이 어떠하였는지를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바울이 개척한 교회에 어떤 이단 사상을 가진 사람이 와서 바울이 전한 복음과 전연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던 사실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바울은 진정한 그리스도의 복음이 어떤 것인지를 그들에게 설명하여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편지를 쓸 때 바울은 2천여 년 후에 머나먼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이민 간 한인들이 이 편지를 읽으며 신앙생활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편지는 한 역사적인 정황에서 써진 것이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복음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인들의 공동체는,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어떤 분이시며, 그를 통하여 사람들이 어떻게 이 세상에서 구원을 받을 수가 있었는지를 이들 복음서에서 선포하고 있습니다. 이 복음서들은 하나의 신앙 고백서인 동시에 전도용 문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역사 속에 들어오셔서 생활하시던 하나님을 고백하며 그의 구원의 역사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여 주고 있습니다. 당시의 인간들이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깨닫고, 그리스도에게 그들의 삶의 초점을 맞출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묵시 문학의 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요한 계시록도 로마 제국 시대가 낳은 산물입니다. 그 당시, 전 세계를 거의 제패하다시피 한 로마 제국 밑에서 황제를 신으로 모시지 않는다고 핍박받고 있던 크리스천들이 남겨놓은 글입니다. 로마 제국이라고 하는 강대한 국가 앞에 힘없이 죽어가는 크리스천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하여, 또한 새 하늘과 새 땅을 약속하신 하나님을 굳건히 의지하도록 하기 위하여 이러한 글들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우리가 성경이라고 귀히 여기는 글들은 구체적인 역사적 현실 속에서 믿음의 생활을 하던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우리들에게 남겨 놓은 글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글들 속에서 우리는 그들이 가졌던 믿음의 단면을 볼 수 있으며, 이것이 또한 우리에게는 표본이요 가이드가 되어 우리로 하여금 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옛날, 포로로 잡혀 갔던 유대 민족이 바빌로니아 강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르던 시가 있는가 하면, 로마 병사들에게 처참한 죽임을 당한 예수님의 마지막 참혹상도 우리는 성경에서 읽을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현실이 없었더라면, 성경도 있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성경은 이렇게 역사적 사건이 있었기에 생겨나게 되었으므로, 그 역사적 사건들의 진상을 연구하고 파헤쳐 들어갈 때, 성경은 진정 우리에게 형언할 수 없는 영감을 주며 무한한 기쁨을 줍니다.

 

우리가 성경이 써진 역사적 배경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 믿음의 조상들이 어떤 역사적 역경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였는가를 알아보려는 것입니다. 그들이 자신들이 처한 역사적 상황과 현실을 신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믿으며 살았었는지를 알아보고자 함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도 지금 우리가 처하여 있는 역사적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신앙의 삶인가 하는 것을 배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우리 인류 역사 속에서 역사役事하고 계십니다. 그러기에 옛 사람들이 이해하였던 하나님은 오늘도 변함이 없으신 하나님이십니다. 아브라함과 맺으신 하나님의 성약(聖約 covenant)은 새 이스라엘인 우리 크리스천에게도 오늘날 유효합니다. 그래서 옛 이스라엘을 구하여 주셨던 하나님의 약속은 오늘날에도 유효하기 때문에 성경의 역사성을 우리는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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