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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이데올로기: 기독교와 사회민주주의

 

류장현 (한신대 교수, 조직신학)

 

지난 427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판문점 선언문은 분단 이후 적대관계에 있었던 남북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612일 북미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연내에 종전선언과 함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와 사회민주주의의 관계를 살펴보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민주주의는 독일사회민주당(SPD)의 이론가인 베른슈타인(E. Bernstein)이 지적한 것처럼 사회구조의 변화와 분화 속에서 자본주의의 필연적 붕괴론에 대한 재고 및 노동자들의 생활개선과 계급갈등의 재조정을 통해서 마르크스주의를 수정하고 자유방임주의적 자본주의를 반대하며 사회주의와 법치국가적 민주주의를 결합하려는 정치이념으로써 강자가 아니라 다수를 위한 자유,’ 기회보다는 결과의 평등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정치이념을 의미한다. 그것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많은 기독교인들이 사회민주당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기독교의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은 19세기 유럽의 기독교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당시 노동자들은 장시간의 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과 비위생적인 주거환경에서 비인간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교회는 노동자들의 인권에 무관심했으며 오히려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였다. 이같은 교회의 태도에 노동자들은 점점 반교회적인 정서를 갖게 되었고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과 함께 교회를 민중의 아편으로 간주하여 교회를 떠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문제를 교회문제로 인식하고 사회주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사람들이 기독교사회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보수적인 교회의 입장에서 사회주의를 이해했으며, 법률제정, 기독교의 형제애 실천과 기업가에 대한 도덕적 각성을 촉구하는 윤리적 차원에서 노동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을 신학적으로 이해하고 사회민주당에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대표적인 인물은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 헤르만 쿠터, 칼 바르트, 폴 틸리히와 레온하르트 라가츠 등이다.

특히 쿠터는 직접적인 것이란 책에서 인류의 역사는 직접적인 생명으로의 귀환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직접적인 생명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기를 계시하신 하나님을 의미한다. 쿠터는 사회민주주의에서 이 직접적인 생명을 인식하고 사회주의를 인정하였다. 그것은 당신을 해야 합니다란 책에서 발전된 형태로 다시 나타났다. 여기서 쿠터는 교회가 역사 속에서 행동하는 하나님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하나님의 말씀을 독선적 경건과 예식과 제도로 바꾸고 자신의 위안물로 삼았기 때문에 하나님의 도구와 진리의 담지자는 사회주의라고 강조하였다. 이제 교회가 해야 할 과제를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대신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약속은 사회민주주의자들 안에서 실현된다.” 이와 관련해서 쿠터는 사회민주주의를 무의식적 기독교라고 정의하면서 교회의 사회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일일이 반박하고 그 정당성을 주장하였다.

사회민주당은 하나님의 실재를 부정한다: 교회가 죽은 하나님을 믿고 기존 세계와 타협하는 동안, 사회민주주의자들은 마치 성서의 예언자들처럼 맘몬에 대항하여 싸우는 하나님의 싸움을 인도하였다. 따라서 실제로 하나님을 부인하는 것은 사회민주당이 아니라 교회이다. 사회민주당은 기독교의 진리를 파괴한다: 사회민주당이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오신 예수처럼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계를 위해 투쟁하는 동안, 교회는 예수의 메시지를 순수한 내면성으로 왜곡시켜서 기독교의 진리를 파괴하였다. 사회민주당은 혁명적인 정당이다: 신약성서는 각 장마다 세계혁명을 선언하고 있으며, 하나님이 혁명적이므로 사회민주당이 혁명적인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혁명적인 하나님을 떠난 교회의 보수성이 문제이다. 사회민주당은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죄를 극복하고 정복하는 살아계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죄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악에 대해서 전력을 다해 투쟁하는 사람들은 사회민주주의자들이다. 사회민주당은 오직 물질만을 믿는다: 겉으로는 물질을 경멸하는 척하면서도 그만큼 더욱 세상에 의존하고 물질주의에 빠진 것은 교회이다. 사회민주당은 법과 도덕의 절대 가치를 부정한다: 사회민주당은 의롭지 못한 전통법, 곧 부르주아적 도덕법을 반대하고 참되고 영원한 법을 제안한다. 그러나 교회는 전통법을 옹호함으로써 법을 가진 자들에게는 유리하고 가난한 자들에게는 불리하게 만들었다. 사회민주당은 자신의 조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회민주당의 국제적 관점은 언제나 기독교적 희망과 국제평화를 증언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참된 기독교는 타락한 교회가 아니라 사회민주당이며, 무신론자는 사회민주주의자가 아니라 경건한 교인들이다.

또한 바르트가 사회주의를 복음의 실현으로 이해하고, 틸리히가 사회주의를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려는 기독교의 정신과 일치한다고 주장하면서 사회민주당에 가입했다면, 라가츠는 기독교가 잃어버린 반쪽 진리를 사회주의에서 발견하고 사회민주당에서 활동하였다. 그는 사회주의를 기독교와 함께 하나님 나라의 양극성을 형성하는 진리로 이해하였다. 하나님 나라는 새 하늘(혹은 종교적 진리)과 새 땅(혹은 사회적 진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새 하늘만을 선포하고 새 땅을 잊어버렸다. 즉 하나님 나라 없는 하나님을 선포하였다. 그 결과 기독교는 개인의 영혼구원과 죄의 용서, 이 세상이 아니라 죽어서 가는 저 세상에 대한 희망, 사회변혁이 아니라 개인변화를 강조하였다. 반면에 사회주의는 새 땅만을 선포하고 새 하늘을 상실하였다. 즉 하나님 없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였다. 그래서 사회주의는 인간 영혼의 가치를 상실하였고 물질주의와 무신론과 폭력주의에 빠졌다. 그들은 다시 하나님 나라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기독교는 하나님 나라의 사회적 진리를 선포해야 하며, 사회주의는 하나님 나라의 종교적 진리를 배워야 한다. 그것이 온전한 진리의 회복이다. 라가츠에게 사회주의는 하나님 나라의 반쪽 진리로써 타락한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채찍이었다. 그러므로 라가츠는 사회민주당이 물질주의와 무신론과 폭력주의에 빠졌을 때 미련 없이 사회민주당을 떠났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일반적으로 냉전체제의 산물인 반공 이데올로기에 의해 사회주의를 반기독교적인 정치이념으로 이해하였다. 그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은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언제나 타도의 대상이었다. 이제 한국교회는 유럽교회가 시도했던 사회민주주의와의 만남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한국교회가 분단 73년을 극복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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