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8년 성서와 문화

기독교와 이데올로기: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

 

김균진 (연세대 명예교수, 조직신학)

 

 

마르크스주의는 마귀인가?

 

마르크스주의는 공산주의 사상의 시조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을 가리킨다. 그 사상의 핵심은 물질론(유물론)에 기초한 역사 해석과 공산주의 이론에 있다. 그런데 마르크스주의라 하면, 많은 기독교 신자들은 그것을 마귀와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존재와 종교를 부인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하나님은 인간이 이 세상에서 당하는 고난에 대한 위로를 받기 위해 스스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종교는 민중에게 거짓된 위로를 제공함으로써, 현실의 고난에 대해 면역시키는 민중의 아편”(das Opium des Volkes)이라 그는 주장한다. 마르크스의 이같은 주장으로 인해, 많은 기독교 신자들은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는 영원히 화해될 수 없는 적대관계에 있는 것으로 본다.

물론 기독교 신자들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마르크스의 기본 사상이 성서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르크스는 유대인의 문제에 관하여라는 그의 초기 문서에서 성서를 가리켜 거룩하다고 말한다. 성서가 거룩한 이유는,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에 의해 억압과 착취를 당할 수 없다고 성서는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마르크스의 이 말에서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간파할 수 있다. 마르크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차별과 억압과 착취를 철폐하고,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이루는 데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근거를 그는 성서에서 발견한다는 점이다.

 

메시아니즘에 뿌리를 둔 마르크스의 기본 사상

 

마르크스가 이루고자 하는 공산주의 사회는 사실상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와 같은 것이다. 그가 묘사하는 공산주의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공산당 선언에 따르면, 공산주의 사회는 모든 소유를 함께 나누는 사회 곧 공산사회이다. 그러므로 사유재산이 없는 사회이다. 이 사회는 사도행전이 보도하는 최초의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같다(4:32-35). 소유를 함께 나누기 때문에, 공산주의 사회는 굶주림이 없는 사회요,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계급 없는 사회”(klassenlose Gesellschaft)이다. 거기에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차별과 억압과 착취와 소외가 없다. 또 공산주의 사회는 인간을 기계 부품과 같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분업제도가 없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직업을 바꿀 수 있는 사회이라고 마르크스는 말한다.

이같은 사회는 바로 하나님의 나라와 같은 것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우리는 예수께서 말씀하신 혼인잔치의 비유에서 볼 수 있다. 혼인잔치에서 사람들은 물질(음식)을 함께 나눈다. 거기에는 굶주림이 없다. 사실상 혼인잔치에는 상하의 차이가 없다. 잔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자유롭다. 함께 어울려 마시고 노래하고 춤춘다.

교회가 거행하는 성만찬에서도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비유를 볼 수 있다. 모든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몸의 동등한 지체로서 물질(성찬)을 함께 나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있는 형제자매로서 한 몸이 된다. 거기에 상하의 자리가 있을 수 없고, 인간에 의한 인간의 억압이나 착취나 소외가 있을 수 없다. 빈부귀천의 차이가 없다. 이른바 계급 없는 사회가 성만찬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성만찬은 하나님 나라의 비유이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공산주의 사회의 뿌리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독일에서 학교교육을 받으면서 성서를 철저하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가 꿈꾸었던 공산주의 사회는 본래 성경이 증언하는 하나님의 나라의 메시아니즘에서 오는 것이다.

 

공산주의 실험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1918년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에 이은 20세기 공산주의 국가는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사회를 실현코자 했던 위대한 실험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20세기 공산주의 사회는 마르크스가 예언한 계급 없는 사회가 아니라, 공산당원과 민중의 엄격한 계급사회였다. 민중은 굶어 죽어도, 공산당원은 뇌물과 부패 속에서 호화롭게 살아가는 사회였다. 구 소련의 스탈린은 자기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이천 만 명의 목숨을 희생시켰다. 결국 마르크스주의의 위대한 실험은 실패하고, 자본주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마르크스주의의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실패의 근본 원인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결핍에 있었다. 인간은 천사가 아니다. 그에게 선한 측면도 있지만, 그는 끝까지 이기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 루터의 표현을 따른다면, 그의 본성은 악한 의지의 노예가 된 상태에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언제나 나의 몫을 먼저 찾는다. 유치원 아이들도 놀이터에서 자기의 것을 챙긴다. 죽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기 사랑속에서 자신의 이익과 자랑과 더 많은 소유를 찾는다. 짐승들은 배가 부르면 그것으로 만족하는데, 인간은 배가 불러도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소유를 찾는다. 그의 소유욕에는 끝이 없다. 성욕도 밑 빠진 독과 같다. 이런 인간이 하나님 나라를 이룬다는 것은 글자 그대로 유토피아”(ou+topos, 어디에도 장소가 없음)에 불과하다.

이에 관한 실화를 들기로 하자. 공산화된 어느 마을의 주민들에게, 빵집에 가서 빵을 배급받으라는 통지가 떨어졌다. 빵집에서는 주민 수에 비추어 충분한 양의 빵을 준비해 두었다. 그런데 배급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빵이 소진되었다. 많은 주민들이 빵을 배급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빵집에 일찍 간 주민들이 자기에게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빵을 받아, 자기 집 돼지에게도 빵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필자가 동독 출신의 어느 사람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다. 바로 이것이 인간이다. 그는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존재이다. 자기 것이 아니면, 공중 화장실의 화장지마저 남용하고, 화장실 부속품을 빼간다. 이런 인간의 본성이 변화되지 않는 한, 공산주의 사회는 실현 불가능한 꿈에 불과하다.

 

공산주의 사회의 이상은 먼저 신자들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위에 기술한 내용을 고려할 때,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기독교의 태도를 우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기독교는 마르크스주의를 마귀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마르크스주의의 뿌리가 성서에 있음을 인식하고, 마르크스주의에서 배워야 할 점을 배워야 할 것이다. 소유를 함께 나누며, 굶는 사람이 없고,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차별과 소외가 없는 사회, 인간성 있는 사회에 대한 꿈을 실현코자 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기독교는 하나님 없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고자 하는 마르크스주의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공산주의의 이상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있는 신자들과 그들의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사도행전의 첫 공동체처럼). 이를 위해 각 신자들과 그들의 공동체가 하나님 나라의 현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 자신과 우리의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빛이 될 때, 무덤 속에 있는 카를 마르크스도 하나님과 기독교 종교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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