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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이데올로기: 기독교와 이데올로기

 

이세형 (협성대 교수, 조직신학)

 

기독교와 이데올로기의 과제와 문제를 이데올로기로서의 기독교로 읽으면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필자는 이데올로기란 집단의 신념체계 혹은 기득권화된 상징체계로 이해하며 본래적 기독교 상징 해석을 통해 극복되어야 할 과제로 생각한다. 상징은 정체성과 지향성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상징은 개인으로서 나 혹은 집단으로서의 우리가 무엇이며 동시에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담고 있다. 이점에서 상징은 현재 너머 미래를, 시간 너머 영원을 지향한다. 또한 하나의 상징은 여러 의미로 해석되며 진화하기도 한다.

 

필자는 성육신, 십자가, 삼위일체를 기독교가 가진 기초 상징으로 이해한다. 성육신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한다는 임마누엘로 표현된다.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시간과 변화의 과정 속에 참여하여 우리와 함께 하심이 성육신의 의미다. 성육신은 영과 육의 통합을 담고 있으며 하나님이 인간이 되심으로 인간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보이는 통로다. 하나님이 역사 속에 오심으로 인간은 하나님의 영원에 나아가게 되었다.

 

십자가는 루터의 말대로 하나님이 자신을 숨기시는 자리이지만 동시에 자신을 계시하시는 자리이다. 자기 부정을 통해서 하나님 사랑 안에 우리가 새롭게 탄생되는 역설의 자리이다. 십자가의 역설은 나를 향한 사랑과 너를 향한 사랑이 분열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을 사랑하던 것에서 너를 사랑함으로 오히려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자리이다. 십자가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버리고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지만 동시에 그 버림과 버려짐의 단절을 통해 아버지의 뜻과 아들의 과제가 완성되는 곳이다. 십자가는 인간의 죄의 잔혹함을 계시하면서 동시에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나타난 곳이다. 십자가의 역설을 통해서 분열된 사랑은 통합된 사랑으로 탄생된다.

 

해석학으로서의 삼위일체는 상호침투(perechoresis)와 점유(appropriation)라는 용어 속에 상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점유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자기 정체성의 자리이다. 그러나 동시에 페리코레시스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이 서로를 내어주고 용납함으로 하나의 연합을 이룬다. 셋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셋인 것은 지극한 하나님의 사랑의 역동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되 당신이 나를 넘어 그를 사랑하는 것을 질시하지 않고 용납하는 사랑이다. 배타적이지 않은 사랑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페리코레시스를 통해 표현된다.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은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용납하면서 춤추는 생명의 연합을 이룬다. 이것이 삼위일체 신앙을 가진 교회가 이루어야 할 연합의 비전이다.

 

성육신과 십자가와 삼위일체라는 기독교 상징은 존재의 근본이 관계적임을 보여준다. 기독교는 너 있어 나 있음의 종교이다. 나는 너와 더불어 존재하였고 어떤 의미에서는 너로부터 탄생되었다. 우리의 몸의 탄생이, 우리의 심리적 탄생이, 우리의 영적 탄생의 과정이, 나의 나 됨은 너에게서 받은 선물이요 은총임을 보여준다. 나의 존재는 내 고유의 영역이 있지만 그 고유의 영역은 너를 통해 얻은 은총에 의해서 생겨난다. 이점에서 나 있어 너 있고 너 있어 나 있다. 이처럼 기독교 상징은 관계적 존재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서방의 기독교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박해의 종교가 치리의 종교로 바뀌었고, 국교화의 과정을 거쳐 제국화에 이르러 사랑보다는 힘과 조직의 종교로 변모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상징의 오용과 남용을 가져왔다. 상징은 본래 의미가 실재를 드러내는 것에 있다. 그러나 힘과 조직으로서의 종교가 된 기독교는 상징이 실재가 되고 지배적 힘을 가진 이데올로기로 전락하였다.

 

집단이든 개인이든 인간은 공격성과 사랑이라는 두 힘을 가진다. 그런데 지배 구조를 갖게 된 집단으로서의 기독교는 사랑보다 권력에 의존하게 되었고, 공격성이 사랑을 압도하면서 병리적이 되었다. 정신분석가 윌프레드 비온은 집단에서의 경험이란 책에서 집단의 병리를 의존형, 싸움-도주형, 짝짓기형으로 분류한다. 의존형이란 메시아 지도자에게 구성원들이 의존하는 경우다. 역사적인 교회가 이 유형에 속한다. 싸움-도주형은 집단의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고 신장하기 위해서 적과 대항해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을 지도자로 세운다. 군대가 이 유형을 대표한다. 짝짓기형이란 귀족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는 집단의 심리로 변화를 싫어하는 이들이 추구하는 이데올로기이다. 비온은 의존, 싸움-도주, 짝짓기가 유형별 구분이 가능하지만 집단의 병리가 표현되는 세 가지 양식일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데올로기로서의 기독교는 집단적 병리를 안고 있고 한국의 기독교 또한 예외가 아니다.

 

위기의 시대마다 기독교는 기독교 상징을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종교로 재탄생하였다. 로이드 기링은 그의 책 기로에 선 기독교 신앙에서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가 자기 부정의 힘을 갖고 있기에 기독교는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변질되지 않고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기독교의 이상은 너를 품고 고통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탄생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비전은 세상으로부터 영원으로의 철수가 아니라 세상 안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다. 개인을 향해서, 공동체를 향해서, 생태 세계를 향해서 하나님은 연합과 하나 됨으로 우리를 부르신다.

 

한국의 기독교는 이데올로기를 유지하는 집단적 병리에서 벗어나 본래적 상징의 의미를 회복함으로 회복과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에게는 교회의 난립을 통합하는 과제, 남과 북의 통합을 이루는 과제, 여자와 남자가 서로를 존중하는 과제, 어른과 어린이가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과제, 인종의 갈등에서 상생과 조화를 이루는 과제, 생태 세계를 하나님의 동료 피조물로 받아들여야 하는 과제 등이 있다. 분단과 분열을 조장하는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이것과 저것의 연합을 실현하는 사랑과 겸손의 영성이 요청된다. 이데올로기는 상징으로서 실재에 참여하는 것이 그 본분이다. 부분적으로 사랑하고 부분적으로 아는 것에서 전체를 보고 온전함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와 기독교의 과제는 믿음을 통해 구원을 회복하고 하나님 사랑으로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세계 안에서 기독교의 상징을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교회와 신학교와 신앙인들의 과제다. 기독교의 이데올로기는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해석의 대상이다. 기독교는 그 자체로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기득권자의 관념이 된 이데올로기로서의 기독교를 극복하는 진정한 기독교 상징의 해석이 요청된다. 기독교 상징의 해석을 통해 우리는 기독교의 원 경험을 회복하면서 미래에서 오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한다. 기독교 상징 해석을 통한 허위의 기독교 이데올로기 극복이 교회와 기독교가 역사와 세상에 소통하는 방식이다. 하나님은 침묵 가운에 우리에게 말 걸어오신다. 말 걸어오심에 응답함이 우리의 기도요 믿음이다. 믿음은 사랑으로 이어져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가게 한다. 시대의 변화가 빠를수록 기독교 상징에 대한 진정한 해석이 요청된다. 살아계신 주님은 우리의 상징 해석을 통해 우리의 역사 속에 새롭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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