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8년 성서와 문화

성서와 오페라(1): R.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임중목 (성악가 예술학)

 

오페라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야기는 대중들의 관심으로 유지, 확대 재생산 되며 그 역사를 지켜낸다. ‘이야기의 전달자 중 하나인 오페라가 많은 이야기를 품은 성서를 만날 때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기독교 경전인 성서를 논할 때 특정 부분의 강조나 주관적 상황에 따른 자의적 해석은 신성과 인간을 논하는 정당한 성서의 존재 이유를 훼손하고 왜곡할 수밖에 없고 종교적 신앙심 없이 접근하는 학술적 태도라 해도 성서의 해석은 간단명료한 해답으로 귀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수한 해석과 질문을 부르는 성서처럼 오페라의 가치에도 수많은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할 것이다.

163736일 이탈리아 베니스의 산 카시아노 교구에서 최초로 대중에게 입장료를 받는 상업적인 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연 날, 오페라는 본격적인 탄생을 알린다. 일반적으로 알려진바 당시 이 서정적인 음악극이 탄생한 배경은 16세기 말 이탈리아 피렌체의 바르디 백작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상류지식 계급 사람들의 기획으로 시작 된다. 고대 그리스의 연극을 부활시키고자 기획한 의도를 가진 바르디 백작을 중심으로 의기투합한 당대의 예술가들과 행정가들은 카메라타라는 일종의 악극단을 만들었고, 이 모임은 곧 총체극의 형식인 오페라의 태동을 알리는 단체가 된다. ‘카메라타의 지속적인 작품의 생산은 드디어 오페라의 원형으로 자리하며 유사한 목적의 세력들이 확장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중세를 거치면서 더욱 더 공고해진 교회의 영향력은 음악을 비롯한 예술형식 전반에서도 그 힘의 절대적 위치를 차지했다. 신성에 대한 존엄과 경건함의 추구는 영국을 중심으로, 세속화 된 오페라 형식에서는 성서의 차용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았고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방대한 성서의 이야기에 비해 오페라의 소재로서의 성서 속 이야기들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예수와 성직자, 성서 속 인물들의 모습을 예배 밖에서 캐릭터화 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신성 모독적 의미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예배에서의 전례극, 오라토리오, 칸타타 등의 종교적 음악극형식에서 성서의 이야기들은 많은 부분이 불려진다.-)

시대의 특성과 그 연장선에서의 한계적 활용의 선택이지만, 비교적 지금까지 좋은 작품으로서 인정받는 몇 개의 성서 소재 오페라를 위주로 총체적 가극의 조상격인 오페라를 성서 속의 이야기와 함께 그 의미를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한다.

이에 세기말적 데카당스를 품은 오스카 와일드의 탐미주의적 향락을 기본으로 한 살로메를 원작으로 작곡된 ‘R.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로 성서와 오페라의 첫 만남을 가져볼까 한다.

성서 속 인물 중 강한 악마적 여성상을 보여준 대표적 인물을 생각하면 신약성서시대 유대의 지배자 헤롯의 왕비 헤로디아와 그의 딸 살로메가 떠오른다. 사실 정경 속에서는 헤로디아의 딸로 묘사된 이 인물은 유대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제푸스의 저서에서 그 구체적인 살로메라는 이름이 언급된다. 살로메는 신약성서 시대의 흔한 여성의 이름이었고, 사도 요한과 야고보의 어머니 이름이기도 했다. 복음서가 헤로디아의 딸로만 언급한 건 어쩌면 선한 인물들의 이름과의 혼동을 방지하고자 하는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예수의 출현을 목전에 두고 그분을 준비하는 예언자 세례자 요한과 당시의 유대 지배자 헤롯과 헤로디아, 살로메의 갈등은 극적 표현을 위한 이야기 소재로는 더 할 나위 없는 사건이기에 사실 음악을 비롯한 미술, 희곡, 현대의 영화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예술적 형태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극적인 강렬함은 헤롯왕의 아내 헤로디아 왕비의 눈엣가시 세례자 요한의 참수와 그의 목이 은쟁반에 담겨 나오는 장면에서 그 파국의 절정을 맞이하고 이 과정에서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는 선지자 요한의 죽음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악함의 중심에 서 있는 살로메의 역할이 바로 병적 감수성의 치명적인 엽기성을 발휘하는 악녀로 이야기에 우뚝 서 있다. 성서에서 추론되는 바 헤로디아의 딸로서의 살로메는 그저 악한 어머니의 순종적인 딸로서 세례자 요한을 참수 해달라는 어머니의 간교의 전달자 역할일 뿐이지만 극적효과를 바라는 많은 이야기꾼들에게는 악함의 매개로 쓰인 살로메에게서 근본적인 악의 중심축인 헤롯왕과 헤로디아의 악의 전형성을 넘어선 복합적인 악의 감수성을 발견하였을 것이다.

헤로디아의 요한에 대한 반감은 헤로디아의 악행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헤롯과의 공동악행에 해당되는 일이겠지만 왕비가 되고자 하는 그릇된 욕심과 동생의 아내를 탐한 헤롯의 저열한 욕망은 그 악의 시너지를 일으키고, 남편을 살해하기까지 한 사악함을 요한은 통렬하고도 분명하게 비난하고 회개를 요청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 더러운 욕망대로 사는 데 방해가 되는 요한의 제거에만 관심을 가지고 그를 가두고 기회를 노린다.

여기에 더해진 오스카 와일드적인 탐미적이고 퇴폐적인 상징들을 이용한 각색은 살로메라는 헤로디아 왕비의 딸을 팜므파탈의 현신으로 탄생시켜 계부인 헤롯의 탐욕과 세례자 요한의 정의’, 그녀를 사랑한 위병대장의 순수살로메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키어 파멸을 부르는 파괴적인 사랑을 원하는 살로메로 완성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모더니즘 기법의 적극적 활용으로 인한 불협화음과 조성의 파격적 사용은 세기말적인 쇠퇴와 퇴폐의 냄새, 끝에 몰려 힘을 잃고 흔들리는 예술의 대변으로 오페라 살로메가 주고자 하는 절규를 음악적 표현으로 까지 완성한다. (다음 회는 오페라 살로메의 실질적 극의 구성과 내용을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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