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8년 성서와 문화

진부령 언저리에서 (3)

아름다운 교회 (감리교 오봉교회)

 

이반 (숭실대 명예교수 극작가)

 

휴전선 남쪽 백두대간 마지막 재인 진부령 동쪽 자락을 따라 내려가면 동해바다에 이른다. 흙과 바위와 모래와 먼지는 바닷가에 이르러 작고 아담한 포구들을 만들어 주었다. 통천, 장전, 고저, 대진, 명파, 화진포, 거진, 가진, 공현진, 문암, 애개미, 속진, 대포, 내물치, 외물치 등의 어항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 포구들을 관리하고 있는 행정구역은 강원도 고성군과 양양군이다. <성서와 문화>에서 소개할 진부령 언저리의 아름다운 교회는 고성군청에서 남쪽으로 십리, 다시 오른쪽으로 1천여 미터 꺾어 들어가면 보이는 한옥마을 왕곡리, 오봉 감리교회다. 교회는 내년 3.1 절이 창립 1백주년이 된다고 준비 중이다.

아름다운 교회 건물은 옛 건물이 아니다. 80년대에 들어와 마을의 한옥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새로 지은 건물이다. 물론 한국식 건축물이다. 교회 터가 마을 가운데에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을에서 제일 높은 데 자리 잡은 것도 아니고, 제일 큰 건물도 아니다. 그렇다고 견고하고 투박한 북방식 한옥 예배당도 아니다. 세련되고 단아하고 아담한 한옥인데, 처마며 마루의 선이 단순하고 곡선이 우아하며 아름답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운보나 혜천 김학수 화백의 풍속화에서나 볼 수 있는 한옥 예배당의 풍모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이 교회는 자신의 자태를 자랑하거나 뽐내지 않고, 마을의 중앙에서 약간 벗어나 수줍은 처녀의 모습을 띄고, 옆모습을 약간 보여줄 뿐이다.

아름다운 교회(감리교 오봉교회)가 창립 99주년이 되어 교회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유인물의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 강원도 고성군은 한반도 동해안 중심부에 있다. 북쪽에는 큰 도시 원산이 있고, 남쪽에는 원산만 못하지만 강릉이 있다. 원산은 해방 전 강원도의 도청소재지다. 고성은 자연스럽게 강원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군이었다. 고성군은 강릉이나 원산에서 2백여 리 이상 떨어져있는데, 미국 남감리교 선교지구였다. 강릉이나 원산에서 부흥회나 사경회를 개최하면 교인들은 하던 노동을 멈추거나 하던 일을 하면서 23일 걸어서 집회장소로 갔다. 고성 교인들 중에는 소장수들이 많았는데 소를 몰고 강릉이나 원산 우시장에 들려 팔거나 사서 교회당에 매어놓고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농한기의 농부들과 소장수들은 다섯, 여섯 명씩 바닷가 모래사장과 해당화 숲을 헤치고 부흥회 장소를 향해 보통 23일간 목적지까지 걸어 다녔는데, 중간 양양 동호리 해변이나 장전포구의 건어물 사업을 하는 교인들 집이 묵는 장소였다. 집주인은 음식과 잠자리, 소여물 등을 제공해주고 손님들은 한양이나 원주 등에서 들은 귀한 뉴스를 전했다고 한다. 이들은 집화장 근처에 이르면 찬송가도 부르며 행군했는데 소 워낭소리와 찬송가의 화음이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들이 집회 장소에 도착하면 그 자체가 큰 잔치가 되고 축제가 되어 큰 감동을 만들어 내었다.

1903년 원산 남산동 감리교 새 회당 사경회의 부흥의 불씨는 그 교회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동해안 포구에 자리 잡고 있는 모든 교회와 백두대간 계곡 틈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모든 예배당에서 성령의 불씨가 타올랐다. 오봉 감리교회는(아름다운 교회)는 그중의 한 교회였다. 유인물에는 100여 년 간의 기독교 지도자들도 등장한다. 쿠퍼 선교사, 김옥라 장로, 윔스 목사, 이호빈 목사, 이용도 목사, 피도수 선교사.... <참고문헌, 유인물-오봉교회 99주년 기념 고성 땅, 믿음의 터무니를 찾다’, 오봉교회 100주년을 준비하며, 필자 홍승표 목사>

오봉교회의 현재 담임목사는 장석근(62) 목사님인데, 1984년에 부임한 이래 목회자의 변동은 없었다. 장 목사님은 소년 다윗을 생각하며 부임 설교를 했는데, 벌써 환갑을 넘겼다고 하신다. 목사님이 젊었을 때 왕곡마을에는 자가용이 없어 마을 어린이들이 고성이나 속초 쪽 학교에 등교하거나,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 푸성귀를 이거나 등에 지고 시장에 갈 때, 목사님은 교회 차로 마을 사람들을 차에 모시고 다녔다. 목사님은 자연히 마을기사였다. 그러나 마을 분들의 생활이 향상되면서 집집마다 자가용이 생기기 시작해, 목사님은 자연히 양양이나 속초, 고성의 환경운동 쪽으로 관심을 돌려 활동하고 있고, 교인들도 목사님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편이다.

오봉 감리교회는 매주 오전 11시에 예배를 보는데, 여행 중인 교인들, 인근 기도원 사람들이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린다. 주일 11시는 1부 예배고, 12시부터 2부 예배인 오찬 시간인데, 성찬시간이다. 성찬은 음식을 식탁 위에 쌓아놓고 외부손님과 노약자가 앞장서 음식을 그릇에 담고, 교인들은 항상 손님들의 뒤를 따른다. 식탁에 음식을 너무 많이 쌓아두고 나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사모님께서 여 교인들이 대부분 직장에 나가기 때문에 한끼를 먹어도 알차게 음식을 들어야 된다고 고집을 부려 음식문제에 대해 더 이상의 의견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오봉교회의 밥 기도는 다음과 같다.

 

한 방울의 물에도

하늘과 땅이 어울려 있고,

한 톨의 낟알에도

온갖 숨결이 담겨있으니

이 밥을 고마움으로 받습니다.

가난한 이웃을 그리며

많은 가운데서도 알맞게 떠서

천천히 꼭꼭 씹어서

공손히 먹겠습니다.

이 밥이 우리를 살리듯

우리도 세상의 밥이 되겠습니다.

우리의 밥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식사가 끝나면 남선교회 회원들이 수돗가에 모여앉아 그릇을 닦는다. 남선교회 회원들은 식기를 닦으며 지난주의 세상이야기도 한다. 그릇을 닦는 일이 끝나면 교회 각 부서의 소모임이 활발히 진행된다. 지난해엔가 이 지역에서 제일 큰 속초 감리교회와 오봉교회가 축구시합을 했는데, 다윗 같은 작은 오봉교회가 골리앗 같이 큰 속초교회를 이겼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오봉교회는 그만큼 젊다는 이야기다. 한 교회에 대하여 말할 때 교인 수를 들먹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양에 대한 평가에는 찬성할 수 없지만, 오봉교회의 식구들이 날로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다음 주면 벌써 4월이라 봄기운이 완연하다. 왕곡마을에는 산봉우리가 다섯 개나 있다. 그 중 제일 높은 산이 두백산인데, 정상에 오르려면 한 시간 이상 걸어야한다. 산은 마을 동북쪽에 우뚝 서 있는데, 능선에 이르면 갑자기 자작나무 숲이 전개되어 시베리아 어느 언덕에 이른 착각에 빠진다. 북쪽을 바라본다. 거진항 너머 이북 바다가 보인다. 남쪽을 본다. 송지호 너머 아야진 항이 전개된다. 동쪽은 항상 텅 비어있어 바람이 일고 있다. 작은 파도는 바람의 숨결이다.

필자는 어릴 때 속초 기차역 공터에서 나운몽 장로님의 부흥회에 참석하고, 속초 중앙교회에서 양도천 목사님과 박재봉 목사님의 집회를 경험했다. 눈을 감는다. 화진포 너머 해금강에서 복음의 불씨를 지피는 이용도 목사님의 성령이 넘치는 음성이 들린다. 그의 시가 하늘에서 바람이 되어 날린다. 금강산에서는 박재봉 목사님의 기적이 재연된다. 원산에서 다시 성령의 불길이 인다. 해당화는 성령의 바람을 퍼트릴 여름을 기다린다. 남쪽 기차역에선 북으로 갈 성령의 열차가 호흡을 조절하고 있다. 열차에는 나운몽 장로님과 쿠퍼 선교사와 김옥라 장로가 타고 있다. 외물치에서 유동식 청년이 뛰어온다. 해안가 긴 모래사장 위로 아름다운 교회의 교인들이 소를 몰고 강릉과 원산교회 부흥·사경회에 참석하기 위해 타박타박 걸어간다. 눈을 뜨고 싶지 않다. 오래도록 두백산 능선에서 봄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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