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2018년 성서와 문화

문학에 비친 복음 (11)

조지 맥도널드, <가벼운 공주>

 

이상범 (목사 칼럼니스트)

 

줄거리: 옛날 옛적에, 후사가 없어 걱정하고 있던 왕과 왕비에게 공주가 태어난다. 왕은 공주의 세례식에 많은 초대장을 보내면서도, 자신의 누님이자 공주의 고모가 되는 왕녀는 빠뜨린다. 공주이면서도 외롭고 구차하게 살아온 왕녀는 까다롭고 집념이 깊은 여인으로, 얼굴이 경멸과 비굴의 주름살로 뒤덮인 마녀가 되어 있었다. 몇 날이나 초대장을 기다리다 못한 왕녀는, “초대장 없이도 왕녀답게 당당한 모습으로 세례식에 참석하리라. 나를 업신여긴 왕과 그 가족이 처참한 꼴을 보게 하리라하며 앙심을 품고 나타난다. 모두가 세례반 둘레에 모였을 때, 왕녀는 물속에 무엇을 던져 넣는가 싶더니, 아기에게 세례수를 끼얹고 세 차례나 빙글빙글 돌면서 공주야 가벼워져라!”하며 주문을 외우는 것이었다. 실성한 왕녀가 자장가를 부르겠거니 하면서도 뭔가 섬뜩한 분위기 속에서, 팔에 안겨있는 아기가 키득키득 웃기 시작하자 유모는 소스라쳐 소리를 지를 뻔한다. 안고 있는 아기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된 것이다.

 

무게가 없어진 아기공주: 손을 대기만 해도 공중으로 떠올라 천정에 붙어버리는 공주를 끌어내리노라 힘이 들기는 하지만, 한편 밝기만 한 공주의 모습이 즐거움을 주기도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공주에 몸의 무게만이 아니라 마음의 무게도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마음의 무게가 사라진 공주, 어떤 일에도 깔깔 웃어버리는 공주는 도대체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 것을. 적군의 침공으로 한 도성이 곧 함락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공주는 웃기만 했다. 그런 공주의 모습을 보고 기가 찬 어머니가 울음을 터트리자, 공주는 어머니의 뺨에서 물이 흘러요! 재밌어요!”하며 깔깔거리는 것이었다. 슬픔을 알지 못하는 공주...... “공주의 웃음에는 뭔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슬픔을 알 수 있는 가능성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섬세함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공주는 결코 미소를 지을 줄 몰랐지요.” 작가의 해설이다. 슬픔이란 목숨의 무게를 아는 데서 오는 것일 진데, 공주의 가벼움은 곧 삶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일이기도 했다.

공주는 무게와 무게에서 오는 삶의 기쁨을 익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다시 말해서 공주는 떨어지지(fall in)” 않으면 안 되었다. “공주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에 빠지는 일일 것이었다.” 그럴 즈음, 공주가 물속에서는 무거워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궁전이 호숫가에 있어 공주는 물에 들어가는 일을 즐기게 된다. 물속에서는 공주가 침착해지는 것이었다. 자주 물에 들어가면서, 공주의 자세는 달라지고 아름다워졌다. 물속에서는 그녀를 잡아주는 시중이 없이도 혼자 있을 수 있어 자유와 자신을 찾은 것이다. 몸의 무게와 더불어 마음의 무게도 되찾을 수 있을 지도……. 그리고 목숨의 무게까지도..... 그러나 무게가 없는 몸으로 물속에 들어가는 노릇도 쉬운 일은 아니다. 무게를 가지고 싶다.

 

왕자의 출현: 먼 나라에서 온 왕자가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호수에서 헤엄치는 공주의 웃음소리를 비명으로 착각한 왕자가 호수에 뛰어들어 공주를 안아 뭍으로 데리고 나온다. 화를 내는 공주를 좋아하게 된 왕자는, 다시 물속에 넣어달라고 떼를 쓰는 공주를 안고 호수로 뛰어드는데, 순간 공주는 느낀다. “이게 떨어지는것일까?” 공주는 사랑의 싹이 터오는 것을 느낀다. 공주를 사랑하는 왕자는 민감하게 공주의 마음의 변화를 느낀다. “왕자는 공주가 물속에 있는 동안만은 다른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는데, 공주가 물속에서는, 뭍에서와는 달리, 부끄러운 질문도 건방진 대답도 하지 않았고, 물속에서는 조용하게 웃을 줄도 알았다.” 공주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해가는 그 때, 호수의 물이 줄어들더니 말라버릴 지경에 이른다. 공주의 고모인 마녀가 뱀으로 하여금 호수 밑에 구멍을 내게 한 것이다. 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공주는 날로 야위어지고,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공주는 사랑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데……. 말라가던 호수바닥에서 글귀가 새겨진 금판을 발견한다. “죽음에서 구하는 것은 죽음 뿐. 사랑은 죽음이자 용기라 쓰여 있다.

왕자는 다짐한다. “내가 하지 않으면 공주는 죽을 것이다. 공주가 없다면 내가 사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니, 내가 이 일을 한다고 잃을 것은 없다. 공주의 인생은 더 없이 행복해질 것이고......” 왕자는 자신의 희생으로만 공주가 다시 물속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다짐한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자 하는 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공주는 기뻐한다. 사랑하는 이가 목숨을 잃는다는 데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밝기만 한 공주의 마음은 차고 메말라 있었다. 왕자는 호수 밑바닥 물이 새는 구멍에 자신의 몸을 던져 넣으며, 공주에게 부탁한다. 가까이에서 지켜보아 달라고. 그러지 않으면 자신도 견디지 못할 것 같다면서. 물이 목에 차올라 오자 왕자가 가냘픈 소리로 애원한다. “키스 해주시겠어요?” 공주가 길고 달콤한 그러나 차가운 키스를 하자 왕자는 이제 행복하게 죽을 수 있겠어요한다. 물이 불어 코에 닿자 공주의 표정이 달라지는데...... “왕자의 숨결이 거품이 되어 떠오르자 공주가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뛰어들어, 왕자의 다리를 붙들어 잡아당긴다. 왕자를 살리고 싶어 하는 공주, 왕자를 작은 배에 실어 깃으로 나온다. 오랜 시간 엎드린 공주가 눈물을 흘린다. 여태 흘려보지 못했던 눈물을 모두 쏟아 내기나 하듯이. 그러자 하늘에서는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공주는 눈물을 멈추고도 쉬 일어설 수가 없다. 마음과 더불어 몸에도 무게가 돌아온 것이다. 부부가 된 왕자와 공주. 공주가 입을 뗀다. “무게가 없을 적이 훨씬 더 쾌적했었는데왕자가 받는다. “무게의 의미는 그런 게 아니라 이것이라오.” 공주에게 키스하며 이것이 무게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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