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김효숙 작
예수님의 못박힌 손발과 머리의 상흔을 모아 십자가를 만들었다. 그러나 십자가의 고난만이 아닌 부활의 상징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전체적으로 새가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오르는 느낌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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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부활, 나의 부활 - 한인철

조회 수 3520 추천 수 0 2016.05.20 20:06:59

예수의 부활, 나의 부활

 

한인철 (연세대학교 교목)

 

어느 덧 부활절이 다가오고 있다. 목회자에게는 고민이다. 이번 부활절에는 또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설교자는 애써 예수가 부활했다고 소리 높여 외쳐보지만, 듣는 청중은 가슴에 와 닿지를 않는다. 어찌하면 좋을까? 예수의 부활이 나의 부활이 되고, 나의 부활이 예수의 부활이 될 수는 없을까?

아주 쉽고 단순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해보자. 부활절에 도대체 누가 부활했는가? 물론 예수가 부활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아직 그 대답이 충분치 않다. 만약 예수가 백세 인생을 살고 노환으로 어느 날 죽었다고 한다면, 그 예수의 부활이 사건이 될 수 있겠는가? 어떤 예수가 부활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꿈과 비전을 갖고 있었고, 이것을 사람들에게 가르쳤고, 또 그 가르침을 따라 실제로 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가르침과 삶 때문에 동시대의 권력자들인 대제사장과 분봉왕과 로마 총독으로부터 살해의 위협이 있었을 때, 예수는 그 앞에 무릎을 꿇지 않고, 죽음으로써 그의 가르침과 삶을 끝까지 지켰다. 누가 부활했는가? 바로 이 예수가 부활한 것이다. 만약 이 예수가 다시 살아났다면, 예수의 십자가 처형으로 깊은 절망에 빠졌던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기쁜 사건이었겠지만, 이 예수를 십자가에 처형하고 한시름 놓았던 권력자들에게는 분명 더없이 불길한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예수는 언제 부활한 것인가? 복음서는 죽은 지 3일 후라고 증언한다. 3일이라고 하는 숫자는 무엇을 함축하는 것일까? 만약 예수가 3년 뒤에 부활했다면, 3일과 3년의 차이는 또 무엇을 함축하는 것일까? 생각해보자. 만약 예수가 죽은 후, 십자가 처형의 그 엄청난 충격에 의해 더 이상 아무도 예수의 길을 이어가려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면, 과연 예수가 부활할 수 있을까? 아마도 예수는 영원히 부활하지 못했을 것이다.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의 제자들은 잠시의 충격 이후, 곧 예수의 길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하나님 나라도 가르치고, 무상의 치유와 공동식사도 이어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예수처럼 죽음의 위협 앞에서 굴하지 않고 죽음으로써 예수의 길을 지켰다. 이런 일이 예수의 죽음 이후 3일 후에 일어났다면, 제자들이 십자가 처형의 충격에서 벗어난 시간이 매우 짧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예수가 3년 뒤에 부활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제자들이 십자가 처형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매우 길었음을 의미할 것이다. 여하튼 예수가 부활한 시점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의 그 엄청난 충격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예수의 길을 이어가려고 할 경우 예수처럼 처참하게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예수의 길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나타난 바로 그 시점일 것이다.

예수가 부활하는 장소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활한 예수를 사람들은 어디에서 만나게 되었을까? 죽어서 묻힌 장소가 굳이 부활의 장소일 필요는 없다. 예수가 부활하는 장소는 예수의 뒤를 이어서 예수의 길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나타난 장소, 바로 그 곳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갈릴리에서 많이 나타났다면, 예수는 갈릴리에서 부활할 것이고, 예루살렘에서 많이 나타났다면, 예루살렘에서 부활할 것이고, 안디옥에서 많이 나타났다면, 안디옥에서 부활할 것이다. 만약 한국 안에서 예수의 길을 실제로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면, 한국 안에서도 예수는 부활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는 어떤 모습으로 부활하게 될 것인가? 예수는 그의 죽었던 시신이 다시 살아나는 방식으로 부활하는 것인가? 만약 그랬다면, 권력자들은 예수를 다시 붙잡아 절대로 시신이 다시 살아날 수 없는 방식으로 확실하게 죽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활은 예수의 부활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예수가 부활한다면, 그는 그의 길을 이어가려는 사람들 속에서 부활할 것이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꿈과 비전을 공유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그것을 삶으로써 재현하고, 그리고 그것을 죽임의 위협이 있는 한 가운데서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그런 사람들 속에서 예수는 다시 살아나게 될 것이다. 그 부활한 예수는 예수의 얼굴과 몸을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부활한 예수는 예수와는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부활한 예수를 베드로 속에서 만날 수도 있고, 슈바이쳐 속에서 만날 수도 있고, 마더 테레사 수녀 속에서 만날 수도 있고, 로메로 주교 속에서 만날 수도 있고, 심지어는 한국인 이태석 신부 속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예수와 다른 얼굴을 갖고 있지만, 그들이 바로 부활한 예수들이라는 말이다.

성서가 부활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 마디로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예수 하나를 죽인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권력자는 예수를 잔인하게 처형함으로 더 이상 예수의 길을 이어가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도록 경고하고,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해체하고자 했지만, 예수의 길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은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여전히 나타났고, 그리고 하나님 나라 운동은 그들을 통해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활의 메시지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 여기에서 예수의 가르침과 삶을 이어가고, 죽음으로써 예수의 길을 지키고자 하는 당신은 바로, 다시 살아난 예수라는 말이다. 다시 살아난 나와 다시 살아난 예수는 사실은 하나인 것이다. 올 부활절에는 모두 이러한 체험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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