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김효숙 작
예수님의 못박힌 손발과 머리의 상흔을 모아 십자가를 만들었다. 그러나 십자가의 고난만이 아닌 부활의 상징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전체적으로 새가 날개를 펴고 하늘로 오르는 느낌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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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스 노바, 새로운 음악들 - 김순배

조회 수 3395 추천 수 0 2016.08.27 20:50:18

아르스 노바, 새로운 음악들

 

김순배 (한세대 겸임교수, 음악)

 

우연과 필연이 얽힌 음악의 역사에서는 300년 간격으로 새로운 경향이 출현한다. 학자들은 새로운 예술 혹은 음악이라는 이름을 때마다 붙였다. 1300년의 아르스 노바(Ars Nova), 1600년의 누오베 무지케(Nuove Musiche) 그리고 1900년의 뉴 뮤직(New Music)이 그들이다. 기실 당대의 음악은 당대의 귀에 모두 새롭다. 20세기에 등장했던 다양한 경향의 음악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낯설고 어렵지 않은가. 각기 다른 언어이지만 의미는 같은 이들 명칭에는 모두 타당한 연유가 따른다. 1300년대 초입에 등장한 아르스 노바는 최초로 음악사에 명기된 음악적 혁신을 가리킨다. 무엇보다 아르스 노바 즉 새로운 예술은 교회용 음악이 지배하던 직전 시대에 비해 급격히 눈에 띠는 세속음악의 증가를 큰 특징으로 갖는다. 다성 음악이 출현한 이후 그것을 실천하는 교회용 음악으로 출발한 모테트가 점차 교회 밖 행사에서도 활발하게 쓰이기 시작한 것이 이즈음이다.

 

모테트(motet)는 오늘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전적으로 성스러운 혹은 교회용 음악은 아니다. 물론 출발은 교회 안에서였다. 의식용 단선율 성가 위에 한 성부 혹은 두 성부씩 첨가되어 불리다 마침내 떨어져 나와 하나의 장르로 독립한 형태가 모테트다. 새로운 성부들에 가사, 불어로 ‘mot’() 이 붙었기에 생겨난 명칭이 ‘motet’ 이다. 교회를 벗어나 세상으로 나온 모테트의 행보는 자못 흥미롭다. 바탕이 되는 선율은 테노르(tenor) 오래 끌다라는 이름으로 맨 밑 성부를 담당하고 그 위에 2성 또 그 위에 3성이 첨가 되는데 각각 가사가 다른 경우가 흔했다. 즉 테노르의 텍스트는 교회 의전용 라틴어인데 위 성부는 불어로 되어있다거나 한 술 더 떠 2성부와 3성부의 가사 내용도 달랐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각 성부를 다른 가사로 노래 부른다는 일은 상상 불가인 것이다. 학자들의 해설에 의하면 맨 밑 성부인 테노르는 거의 노래되지 않고 악기가 연주했을 개연성이 크다. 그리고 세 개의 성부로 되어 있는 모테트라고 해도 사용되는 행사의 종류나 성격에 따라 테노르와 그 위 성부로만 이루어지는 독창곡, 혹은 테노르와 맨 위의 성부만 불리기도 하는 상황별 맞춤식 노래였던 것이다. 이러한 관행은 현대 음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발상이며 연주 관습이다. 모테트는 서양음악의 자존심이라 할 다성 음악을 향후 다양한 실험의 장으로 이끌고 가는 주요한 장르가 된다.

 

교회 뿐 아니라 세속에서도 모테트가 활발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는 악보가 삽입된 프랑스 풍자 시집 포블의 이야기(Roman de Fauvel)이다. Fauvel은 허구의 당나귀를 가리키는 이름인데 특정 단어들의 첫 글자를 딴 조어(造語)이다. Flaterie(아첨), Avarice(탐욕), Vilanie(비열함), Variété(변덕), Envie(질투), Lascheté(음탕)이 그들이다. 제목을 보면 인간에게 내재한 악덕들을 파헤치면서 특별히 중세의 삶에서 중심축을 이루었을 성직자들의 숨은 비리와 패역 그리고 정치적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주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텍스트가 있는 음악을 통해 파악되는 것은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노래의 가사는 중세건 현세건 인간 본질과 사회적 양태를 동일하게 반영한다. ‘포블의 이야기는 중세 프랑스 풍자 문학의 보고(寶庫)이면서 음악사적으로 다성부 모테트를 비롯한 다양한 세속 노래들의 존재를 증거하는 귀중한 유산이다.

 

아르스 노바의 기운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인 14세기말 프랑스에서 나타난 한 급진적인 음악은 다시 우리를 주목하게 만든다. 심장(heart) 모양으로 기보한 사랑노래, 둥근 원형으로 기보한 돌림노래(canon)의 독특한 악보도 그렇지만, 격렬한 내용의 가사를 표기할 때 사용한 붉은 잉크의 빛깔 같은 것들은 후대에 성행하는 가사 그리기의 원조라고 할 만하다. 더구나 각 성부 간 일치하지 않는 복잡한 리듬, 20세기 음악을 방불케 하는 불협화음의 행렬에 이르면 이런 음악을 만든 이들이 대체 누구였을까 궁금증은 증폭된다. 대단히 세련되고 수준 높은 청자들을 위한 고도의 작곡 기술자들이 만든 음악일 것이라고 단지 추측할 따름이다. 어느 시대에나 일반 청중은 해독 불가인 급진적인 음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14세기 중세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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